국토연구원 연구결과
매물 감소로 집값 밀어올려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주택가격 상승기 양도세 강화가 매물을 감소시켜 오히려 주택 가격을 밀어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집값 상승이 대체로 강남 3구에서 시작해 주변 지역으로 전파된다는 패턴도 도출됐다.
13일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시장 정책에 대한 시장 참여자 정책 대응 행태 분석 및 평가방안 연구'에 따르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율이 증가할수록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이 2018년 1월∼2022년 12월 수도권 71개 시군구 아파트 매매가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이 1% 증가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06% 오르고, 취득세율이 1% 증가하면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341%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정부는 주택가격이 오를 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을 높이는 정책을 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을 최고 70%, 취득세율은 12%, 종부세율은 6%로 높였다. 이에 현행 소득세법의 양도세 기본세율은 6∼45%지만, 2년 미만 단기 보유주택에 대해서는 70%(1년 이상∼2년 미만) 또는 60%(1년 미만)를 부과하고 다주택자에게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2주택), 또는 30%포인트(3주택 이상)를 더 매겨 중과한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한시 배제하고 있다. 배제 시한은 내년 5월까지다.
주택가격 상승 전반기에는 수요와 공급이 모두 증가하면서 가격과 거래량이 함께 상승한다. 그러나 가격 상승 후반기에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에게서 공고해지면서 추격 매수가 있음에도 매도자가 시장에서 매물을 회수해 공급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가격은 더 오르고 거래량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매물이 감소하는 주택가격 상승 후반기에 양도세를 강화하면 매도를 더욱 위축시키거나 매도 가격을 상승시켜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종부세가 부담돼도 양도세가 2억∼3억원이 되면 집주인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고, 이에 따른 매물 위축으로 가격 상승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하자 시장 참여자들은 세금을 회피했다. 자녀를 분가시키거나 일부에선 위장 이혼까지 감행하며 1가구 1주택자 적용을 받기도 했다.
또 자녀와 같이 살면서도 주택을 구입한 뒤 독립 가구로 분리해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고,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해 세율이 훨씬 낮은 증여세만 내는 방식을 썼다. 2030 신혼부부 중에서는 각기 1주택을 구입한 뒤 양도세 감면 요건 확보를 위해 사실혼임에도 혼인 신고를 미루는 사례가 생겼다.
연구진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의 경우 신규 주택 매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일부 정책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했다. 종부세 역시 다수의 시장 전문가와 부동산중개사들이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하는 등 부분적으로 정부가 의도한 효과를 거둔 정책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이 가구당 보유 주택 수를 낮추거나 저가 주택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취득세·종부세 강화의 정책 효과가 반감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한 양도세 감면 혜택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기 양도세·종부세 회피를 위한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특히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강남 3구가 먼저 움직이고 주변 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된다'는 인식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매우 공고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집값 상승 패턴이 ▷강남 3구→판교→용인 수지→용인 기흥→용인 처인 ▷강남 3구→과천·분당→평촌·인덕원→산본 ▷강남 3구→목동·과천·분당→광명→광교→시흥 순서로 나타난다는 것인데, 국토연이 아파트 매매가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제 상승 패턴이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과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규제지역 등) 부동산시장과 관련한 공간적 정책 방안 시행 때 이런 시장참여자들의 인식과 대응에 대해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