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신고가는 ‘맞교환 직거래’
같은 강남권 내에서도 상급지 이동
실거주 기반 ‘똘똘한 한채’ 수요 계속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강남에 거주 중인 40대 A씨는 “아직 집값이 주춤할 때 좀 더 넓은 평형으로 갈아탈까 고민 중”이라며 “입지 등 여러 메리트를 생각할 때 동네를 벗어날 생각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침체 장기화에도 강남권 내 갈아타기 거래가 관심을 잇따르고 있다. 물론 양도세, 취득세 등 비용 부담에 같은 동네에서 이동하는 사례가 흔치는 않다. 다만 미래 재산가치 등을 고려해 같은 강남권 내에서 상급지로 이동하거나, 지인 간 맞교환 등 다양한 사례도 목격된다.
1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인 화제를 모은 강남 압구정동 구현대 7차 전용면적 245㎡(약 80평) 115억원 신고가 거래는 같은 현대 아파트에 사는 지인 간 집 교환 사례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가구 부동산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115억원에 집을 사들인 매수인은 직전에 압구정 현대 7차 전용 144㎡(약 48평)에 거주했다. 또한 115억원에 집을 판 매도인이 매수인의 기존 집을 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아파트 맞교환은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같은 교환매매는 생소하지만 민법상 정식 거래 중 하나다. 본인 소유 부동산과 거래 상대방 부동산을 맞바꾸고, 매물 간 차액만 현금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금이나 대출 부담이 적고, 당사자 간 합의로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식으로 꼽힌다. 일부 교환 직거래는 집값 띄우기 논란도 있는데, 이번 사례는 평당 1억4000만원선으로 호가 수준과 비슷해 적정 가격이란 게 인근 중개업계의 평이다.
지난해 10월 신고가를 기록한 압구정 현대 7차 전용 196㎡(68억5000만원) 매수자는 기존에는 강남구 도곡동 거주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강남구 내에서도 ‘’똘똘한 한 채' 수요로 인한 상급지 이동으로 풀이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시장 상황을 봤을 때 최근 매수하는 이들은 시세 차익을 얻거나 주택 수를 늘리려는 게 아니라, 실수요 측면에서 강남 내에서도 상급지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에서 종착지로 여겨지는 최고가 아파트를 향한 손바뀜 현상”이라고 말했다.
평수를 좁혀 이사해도 같은 단지를 유지하는 사례도 있었다. 수년 전 한강뷰 라인에 위치한 압구정 현대 2차 전용 176㎡(약 52평)에 살던 집주인은 같은 압구정 현대 6차 전용 156㎡(약 48평)으로 집을 옮겼다. 등본상은 해당 집주인은 세금 체납으로 인해 압류가 걸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같은 강남 내에서 이사를 가는 이들은 전체 거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 현황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강남구 내 아파트 거래 192건 중 75건(약 39%)의 매수자는 같은 강남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강남권 최상급지의 평당 호가는 1억5000만원선까지 오르는 분위기다. 김세웅 압구정케빈중개법인 대표는 “작년에 압구정 2·3구역 설계 전시회를 진행할 때 가장 분위기가 불붙으며 평당 호가가 1억4000만여원 수준이었는데, 최근 (호가가) 다시 이와 비슷해지고 있다”며 “매수하려는 이들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껴 안정화를 기다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