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얼굴 빨개질 정도로 술마셔”…날짜·장소는 오락가락
민주당, 정치검찰특별대책단 구성…‘대장동 변호사 5인방’ 포함
검찰, 주말에도 입장문…“재판 영향주려는 의도”
이재명 “이화영 진술 100% 사실로 보여”…사법리스크 희석?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 행간을 다시 씁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제기한 ‘검찰술판 회유’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이 전 부지사 측과 검찰 측이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검찰과 민주당은 주말에도 입장문을 내고 서로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민주당의 조직적 대응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사실 평면도’까지 직접그린 이화영=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으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는 지난 4일 재판에서 검찰청 술자리 회유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그는 “1313호 검사실 앞에 창고라고 쓰여 있는 방에 (김성태 등과) 모였다. 쌍방울 직원들이 외부에서 음식도 가져다주고, 심지어 술도 한번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주종은 소주였고 “얼굴이 벌게져 한참 얼굴이 진정되고 난 다음에 귀소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후 검찰이 호송 교도관의 출정일지 등을 제시하며 허위라고 반박하자 시점과 장소를 바꿨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관계자가) 종이컵에 뭘 따라 주길래 마시려 입을 대 보았는데 술이어서 먹지 않았다고 얘기를 하더라”며 음주사실 자체에 대한 진술을 바꾸기도 했다. 음주날짜는 작년 6월30일에서 7월3일 등으로 오락가락했고, 음주장소는 1313호 검사실 앞 ‘창고’에서 ‘검사실 내 영상녹화실’이라고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는 직접 구체적으로 그린 수원지방검찰청 1313호 검사실 도면을 제시하며 근거로 삼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구체적 사실관계라고 하기에는 검찰조사를 한두번만 받아도 그릴 수 있는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野 “수원지검장 나오라고 해”·“검찰 해체하라”= 그간 검찰에 대해 ‘독재정치’라며 날을 세우던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나오자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대검찰청과 수원지검, 수원구치소 등을 항의 방문하며 적극적으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이랑 당선자들이 30명 가까이 왔는데, 9급 공무원이 와서 촬영을 하고, 그걸 당당하게 채증이라고 얘기를 했다. 이게 말이 되냐. 수원지검장 나오라고 해!”라거나 “사실이라면 검찰이 해체해야 할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국정조사와 특검, 검사탄핵 등의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을 단장으로 한 ‘정치검찰특별대책단’ 구성도 마무리했는데, 이재명 대표와 측근들의 재판을 담당한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 출신 당선인 5명이 모두 포함됐다. 이 대표의 법률특보이자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재판에서 이 대표 변호를 맡았던 박균택 당선인은 간사를 맡았다. 당 법률위원장을 맡아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총괄 관리한 양부남 당선인을 비롯해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재판 변호를 맡았던 김동아·이건태 당선인,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변호했던 김기표 당선인도 이름을 올렸다.
▶檢, 다섯차례 입장문에 영상녹화실·창고 사진 공개= 검찰은 다섯차례 입장문을 통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수원지검은 “이화영의 검찰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 계호 교도관 38명 전원, 대질 조사를 받은 김성태·방용철 등 쌍방울 관계자, 음식 주문 및 출정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검찰청사에 술이 반입된 바가 없어 음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을 반박하며 교도관의 출정일지를 공개한 데 이어 음주와 회유가 이뤄졌다고 지목된 ‘영상녹화실’과 ‘창고방’ 사진을 공개했다. 영상녹화실로 들어가는 출입문 옆 벽면에는 가로 170㎝, 세로 90㎝ 크기의 유리창이 설치돼 있어 진술과 달리 녹화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다.
검찰은 또 ‘피고인 이화영 측의 허위 주장 번복 경과’라는 제목으로 ▷ 2023년 12월 26일 ▷올해 4월 4일 ▷ 올해 4월 17일 ▷ 올해 4월 18일 이 전 부지사와 김 변호사가 법정 또는 유튜브 채널 및 입장문 등에서 한 발언을 토대로 달라지는 주장을 표로 조목조목 정리해 공개하기도 했다.
검찰은 휴일인 21일에도 입장문을 통해 “수사팀을 마치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검찰비판 지속하는 野…속내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검찰청 술자리 회유 주장에 대해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검사실에서 술을 마실 수가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비상식적”이라며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이처럼 이 전 부지사가 주장을 번복하고 관련 인사들이 부인하는데도 불구, 야권은 공세수위를 점점 높이는 양상이다. 그 배경으로는 이재명 대표가 ‘검사실 술판’을 강도높게 비판한 것이 한가지 이유로 꼽힌다. 검찰청 술자리 회유 의혹에 대해 “100% 사실로 보인다”고 한 만큼 당대표 주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언론에 공개된 최고위원회에서 “누군가를 잡아넣기 위해 구속 수감자들을 모아 술 파티를 하고 진술 조작 작전회의를 하고 그걸 검찰이 사실상 승인하고…이게 나라냐”라며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검찰이라는 데가 어떻게 이런 동네 건달들도 하지 않는 짓을”이라고 비난했다.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면서는 “검찰의 태도로 봐서 이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선고 공판(6월 7일)을 앞두고 이번 수사의 신뢰성을 흔들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총선 압승을 거둔 이 대표에겐 사실상 ‘사법리스크’가 향후 대권 가도의 유일한 걸림돌로 지목된다. 다른 혐의들에 대해선 재판이 진행중이지만,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선 아직 기소되지 않은 피의자 신분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결과를 본 뒤 이 대표에 대한 신병처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 전 부지사 재판의 향배가 이 대표의 정치행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