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3000억 투입해 세종연구소 확충
미국 로봇업체 지분 60% 인수에 3300억 투자
글로벌 방산 수요 증가 대응…미래 먹거리도 발굴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최근 5개월 간 7000억원에 육박하는 공격적 투자에 나선 K-방산 기업이 있다. 바로 LIG넥스원이다. LIG넥스원의 지난해 매출이 2조3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해 번 돈의 약 30%를 투자에 쏟아부은 셈이다. 원천은 20조원에 육박하는 탄탄한 수주 잔고다.
LIG넥스원은 최근 5개월간(2023년 12월~올해 4월) 시설 구축, 기업 지분 인수에 6800여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가 단기간에 5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주요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시기에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LIG넥스원은 최근 3000억원을 투자해 경기 성남시 세종연구소 토지와 건물을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이 토지 및 건물은 연구개발 인프라 조성에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부터는 493억원을 투입해 대전사업장 내 위성·레이저 체계 조립동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지분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12월 미국 로봇업체인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인수하기 위해 2억4000만달러(약 33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고스트로보틱스가 생산하는 로봇개는 서울 용산공원이 공개될 때 대통령실 경비용으로 투입된 바 있다. 지난달에는 LIG넥스원과 군인공제회, IBK캐피탈이 공동으로 조성한 방산혁신편드를 통해 인공지능(AI) 위성영상 분석 플랫폼 업체인 다비오 지분 8.2%를 확보했다. 투자 금액은 50억원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방산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가성비가 높은 K-방산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LIG넥스원은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와 32억달러(4조원) 규모의 지대공 요격미사일 ‘천궁-Ⅱ’ 10개 포대 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속된 수주에 LIG넥스원은 지난해 말 기준 19조6000억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현재는 유도로켓 ‘비궁’의 미국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4차례의 성능 테스트를 완료한 비궁은 올해 2차례의 추가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다. 모든 테스트를 통과할 시 비궁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첫 한국산 무기가 된다.
LIG넥스원이 투자한 로봇, 위성 모두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기존 방산 사업과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특히 고스트로보틱스의 로봇개는 미국 군에 정찰용 기기로 공급되고 있다.
LIG넥스원의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LIG넥스원은 현재 김천 2공장 증설을 위해 새 부지를 확보한 상황이다. 새 부지에는 유도무기 연구·생산기지가 구축될 계획이다. 사우디와의 천궁-Ⅱ 수출 계약 당시 선수금 7000억원을 미리 받는 등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IG넥스원은 영업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보유하고 있다”며 “최근에 이뤄진 투자들은 기술 개발, 제품 양산은 물론 미래 전장 기술 확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