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재블린은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전차를 파괴하는 데 혁혁한 전공을 올리고 있는 대전차미사일입니다.
미국이 유선 유도방식인 M47드래곤 대전차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 1989년 개발해 1996년부터 실전배치했습니다.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이 공동 제작하고 있습니다.
발사관의 길이 약 1.2m, 지름 14.2㎝, 무게 15.5㎏으로 2명의 병사가 휴대하거나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로 차량에 탑재해 운용할 수 있습니다.
최소 65m에서 최대 4㎞ 범위에서 최대속도 마하 1.8의 속도로 날아가 탄두가 직렬로 배치돼 있는 탠덤형 탄두를 이용해 균질압연장갑 기준 600~800㎜를 관통해 적 전차를 파괴합니다.
기존 대전차미사일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와이어로 유도하는 방식이 아닌 발사 후 망각(Fire & Forget)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기존 M47 드래곤은 미사일을 발사한 뒤 발사관과 연결돼 있는 와이어를 이용해 표적을 맞출 때까지 사수가 유도를 해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때문에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발생하는 소음과 화염으로 위치가 노출되면서 사수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기 일쑤였죠.
하지만 재블린은 마시일이 발사 된 뒤 적외선 유도 방식으로 적 전차를 파괴하기 때문에 사수의 생존성을 보장하기에 보다 유리합니다.
미사일이 발사 되는 방식도 소프트런치 방식으로 발사버튼을 누르면 1차 추진체가 발사관에서 4m 정도 미사일을 날린 다음 그 자리에서 2차 추진을 일으켜 시속 560㎞의 빠른 속도로 날아갑니다.
역시 후폭풍 등으로 인한 아군의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입니다.
때문에 사수 뒤에 5m 정도의 공간만 확보된다면 실내에서도 사격이 가능합니다.
전차를 타격할 때도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다이렉트 어택, 즉 직격 방식으로 바로 쏠 수 있고 탑 어택 방식으로 미사일을 쏘면 최대 160m까지 상승했다가 3~40도 각도로 비교적 취약한 전차의 윗부분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긴 사거리와 상당한 관통력, 생존성을 높이는 각종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지금은 15.5㎏까지 무게가 줄었지만 비교적 최근까지 재블린의 무게는 22.3㎏으로 휴대용이라기에는 제법 무거운 무기였습니다.
또 장비를 작동하고 바로 발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조준기를 냉각하는 데 30초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입니다.
조준기와 발사관, 미사일 등 한 세트에 3억 원 정도이고 미사일 1발이 1억원에 가깝습니다.
물론 수십억원 하는 전차를 파괴할 수 있다면 1억원 정도야 투자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정규군을 상대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비정규군을 상대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재블린은 지금까지 4만5000발정도 생산됐고 특히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 집중 지원되면서 ‘비싼 몸값’ 한다는 칭찬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좋은 평가에 힘입어 록히드마틴은 “2022년에는 연간 생산량을 2400개까지 늘렸고 2026년 말까지 연간 3960개의 재블린을 생산하기 위해 미 육군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 재블린의 영향력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며 “지난해 북마케도니아 등 유럽 시장 확대와 호주 추가 수출 등 인도태평양지역, 요르단과 오만, UAE, 카타르 등 중동지역 고객이 계속 재블린을 찾고 있고 2050년까지 미국 무기고에 남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런데요. 록히드마틴의 이런 자신감과 다르게 제가 생각하는 재블린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이유는 재블린보다 20년 뒤에 개발된 대전차미사일 현궁 때문입니다.
현궁의 사거리가 2.5㎞로 재블린에 비해 좀 짧은 것을 제외하면 다른 모든 능력은 같고 균질압연장갑 관통력은 현궁이 900㎜로 오히려 우수합니다.
가장 중요한 가격은 재블린에 비하면 1/3가격인 1억원대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된 현궁의 위력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조만간 재블린의 자리를 현궁이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능동방호체계(APS)의 진화와 드론에 있습니다.
사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재블린은 이미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무기였습니다.
최근 미국의 전쟁이 대부분 탈레반 등 테러세력과의 전쟁이었기 때문에 가성비가 너무 안 맞았던 겁니다.
다행스럽게 러시아가 APS를 장착하지 않은 구형 전차들만 동원해 우크라이나에 침공했기 때문에 재블린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죠.
APS는 미사일이 접근하면 탐지에서 요격까지 0.6초 안에 자동으로 발사돼 미사일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K2 흑표를 위해 독자개발한 KAPS를 개발했죠.
하지만 보병과 같이 이동하며 전투하는 전술을 구사할 때는 APS의 폭발력 때문에 오히려 아군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아직 본격적으로 장착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위협적인 경쟁상대는 드론입니다.
수백, 수천만원짜리 드론으로 자폭을 하거나 폭탄 등을 떨어뜨려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창과 방패의 대결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인데요. 대전차미사일의 미래,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세요
프로파일럿= 기자 오상현 / PD 박정은, 우원희, 김정률, 김성근 / CG 이윤지, 임예진 / 제작책임 민상식 / 운영책임 홍승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