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국내 기업들이 정부에서 할당받은 탄소 배출권을 사고파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12일 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부산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문을 열고 본격적인 배출권 거래가 시작됐다. 정부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이 남는 허용량을 판매하고, 허용량을 초과한 기업은 그만큼 배출권을 사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상·하한가(±10%)를 정해 놓고, 매일 거래에 따라 배출권 가격이 변동된다. 매매체결 방식은 증권시장과 마찬가지로 가격 우선, 시간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다. 낮은 매도가격이 우선이며 동일 가격을 제시할 경우 먼저 접수된 주문이 우선이다.
거래 수수료는 매매가격의 0.1%며, 기준 가격은 1KAU(온실가스1톤) 당 1만원으로 시작하게 된다. 부가세의 경우 올해는 기업 간 배출권 거래는 첫해인 올해 감면되며, 정부는 연내 세액 공제 대상으로 법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시장과 다른 점은 미수금이 발생하는 상황이 없다는 부분이다. 100% 사전 증거금으로만 거래되기 때문에 보유 배출권을 초과한 수량을 판매하는 공매도 등의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의 경우 거래 체결 후 2일이 지난 다음에 결제가 이뤄지며 국채와 파생상품은 1일 후 결제가 진행된다.
또 공개적인 ‘협의매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일반 증권시장과 다르다. 주문 프로그램 내 개설된 게시판에 익명으로 원하는 가격과 수량을 공지하면 이를 확인하고 상대방 연락처를 거래소에 문의, 협의 후 협의매매 신청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초기에는 개인의 참여가 불가능하다. 기업 대 기업 거래만 가능하다. 거래는 525개 업체가 정부로부터 할당 받은 각각의 배출권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거래소에서 온실가스의 시장 가격이 매겨지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개설 초기부터 활발한 거래가 나타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배출권 거래시장인 ICE거래소도 개장 초기 3개월간의 거래량이 극히 적었고, 2013년 11월 문을 연 중국 상하이 배출권거래소도 지난해 6월에야 본격적으로 거래가 시작됐다는 게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윤석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는 “국내 시장도 초기엔 거래가 활발하지 않겠지만 일단 시장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분명한 것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일반 투자자들이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 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관심을 갖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