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교역부진 완화로 수출여건 개선
반도체 경기 회복세에…수출·생산 급증
고금리 장기화, 상품소비 중심 소비부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지만, 내수 회복은 지체되고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간한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회복이 지체되고 있으나 수출이 IT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소비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상품 소비인 2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3.1% 줄어 지난해 7월(-3.1%)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0.9% 오르는데 그쳤다.
KDI는 “설 명절과 밀접한 음식료품 소비가 일시적으로 대폭 증가했으나 고금리의 영향에 더해 생산시설 공사, 조업일수 축소 등이 반영하면서 승용차와 통신기기 및 컴퓨터 등이 큰 폭으로 줄었다”면서 “설 명절의 영향이 배제된 1~2월 평균으로도 1.3% 감소하면서 상품소비의 부진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소비 역시 미약한 증가세에 그쳤다는 게 KDI의 평가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7%,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서비스업 소비와 밀접한 숙박 및 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관련 서비스업, 교육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달 소비자물가(3.1%)는 전월과 동일한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소비 부진이 반영되면서 근원물가 상승세(2.5%→2.4%)는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고 KDI는 설명했다.
KDI는 설비투자와 관련해 아직 부진한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라 긍정적인 신호도 일부 포착됐다고 밝혔다.
2월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감소했다. 이는 조업일수 변동(2.5일→-1.5일)에 따른 것으로, 투자 여건은 전월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설비투자가 전월대비 10.3% 증가한 것에 대해서는 “주로 변동성이 큰 선박 등 운송장비(23.8%)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부진 완화의 신호로 해석하긴 어렵다”고 KDI는 진단했다.
다만, 반도체경기 개선에 따라 반도체와 밀접한 설비투자는 일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KDI는 “2월 특수산업용기계는 전월(13.5%)에 이어 8.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면서 “선행지표인 1~2월 특수산업용기계수주도 17.4% 증가하며 부진 완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건설투자는 둔화 흐름을 유지한 가운데 관련 선행지표의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2월 건설기성(불변)은 전월 급증을 이끌었던 요인이 사라지고 기저효과도 작용하면서 낮은 증가율(18.2%→0.5%)을 나타냈다. 전월에 나타났던 공사 마무리 작업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전월대비로는 1.9% 감소했다.
KDI는 “건설경기의 선행지표 격인 건설수주와 건축허가면적의 큰 폭 감소를 고려할 때 향후 건설투자는 둔화 흐름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을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달 수출(4.8%→3.1%)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IT 품목이 개선되면서 전월의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고, 일평균 기준으로도 전월(12.5%)에 이어 9.9%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조업의 생산·출하는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전월보다 각각 3.4%, 2.6% 증가했다. 재고율은 전월 111.5%에서 10.1%로 하락했고, 평균가동률(72.1%→74.6%)은 상승했다.
KDI는 “글로벌 교역 부진이 점차 완화되면서 수출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면서 “특히 반도체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관련 수출·생산이 급증하고, 이런 점이 주가 등 일부 금융지표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