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이번 겨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캐나다구스의 한국 판매 가격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런데 캐나다 현지에서 이 제품은 약 60만원에 판매된다. 한국에서 95만원가량에 팔리는 이탈리아 알마니 시계의 가격은 미국에서 약 64만원, 일본에서는 60만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한국 고객들만 수입품 바가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셈이다. 명품 제품은 물론 초콜릿, 맥주,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한국 소비자들은 ‘봉’이었다.
정부가 ‘호갱님’(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로 어수룩한 고객을 뜻하는 은어) 취급을 받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에 수입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13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병행수입 활성화 내용을 담은 ‘수입부문 경쟁 제고 방안’을 오는 3월께 발표할 예정이다. 수입품의 과도한 가격의 근원에는 독과점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경쟁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병행수입은 해외 상품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업체 이외의 수입업자가 물건을 들여와 파는 방식이다. 병행수입이 늘어나면 동일 제품 간 가격 경쟁이 이뤄져 기존 소비자 가격이 최대 절반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독점 판매권자를 통한 수입 이외에 ▷유명 브랜드와 별도의 정식 도매계약을 체결하거나 해당국 내 다른 도매상을 통해 수입하는 방법 ▷월마트, 코스트코, 아마존 등 해외 대형할인점이나 인터넷쇼핑몰을 통한 대량 구입 ▷ 제3국에서 해당 물품을 수입하는 방법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병행 수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관세청은 지난 2012년 5월부터 병행수입된 물품이 ‘짝퉁’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가 보증해주는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를 시행했다. 실제로 이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주요 수입브랜드를 병행 수입해 싼 가격에 판매해 고객들에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관세법, 상표법 위반 사실이 없고 연 1회 이상 병행수입 실적이 있어야 하는 등 통관인증제 참여를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중소업체들이 통관인증을 받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더 많은 업체의 병행수입 참여를 위해 통관인증과 관련된 진입 장벽을 낮출 계획이다. 통관 인증에 필수 요건으로 규정된 각종 시설ㆍ인력 기준 및 검사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무엇보다 독점 수입업체의 횡포를 근절해야 병행 수입 활성화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수 독점 수입업체들이 다른 병행 수입업체가 등장할 경우 ‘진품인지 의심된다’며 관세청에 통관보류를 신청하는 등의 수법으로 수입을 방해한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해당 해외 명품업체와 짬짜미를 통해 다른 업체와 수입 계약을 못하도록 하는 행위도 빈번하다. 심지어 경쟁 업체 바이어를 위협하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의 제도 개선 요구를 반영해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