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CVN76. 로널드 레이건호는 미7함대 소속 항공모함입니다.
다른 항공모함이 미국에 모항을 두고 정기적으로 순환 배치되는 반면 로널드 레이건호는 일본 요코스카에 영구적으로 전진 배치돼있습니다.
7함대는 이렇게 항모전단을 전진배치하면 미 본토에 기반을 둔 전력에 비해 해당 지역으로의 이동시간이 평균 17일 단축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만큼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겁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1994년 미 해군이 발주해서 9년 만인 2003년 노퍽 해군기지에서 취역했습니다.
취역 후 남미 일주를 마친 레이건호는 2004년 샌디에이고를 모항으로 활동하다가 2006년 이라크전 등에 파견됐고 2015년 10월 2일 제7함대 지역으로 이동해 요코스카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같은 달 30일 부산으로 입항했다 출항한 뒤 우리 해군과 함께 훈련하기도 했고 2021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돕기 위해 잠시 중동에 배치되기도 했습니다.
2022년 한반도 주변 정세가 다시 불안정해지자 동해 공해상에서 연합 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지난해 10월에는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로 입항하는 등 동북아의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원을 살펴볼까요? 배수량 약 10만3000t, 만재 배수량은 11만5000t에 달합니다.
우리 해군 함정 중 가장 큰 함정인 독도함의 만재 배수량이 1만9000t인 것과 비교하면 6배 이상 큰 함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배의 길이는 332.8m, 비행갑판 면적은 1만8210㎡로 축구장 3개 크기와 같습니다.
고농축 우라늄 93.5%의 웨스팅하우스 A4W 원자로 2기를 이용해 증기터빈 4개를 돌리고 샤프트 4개로 26만 마력의 힘을 뿜어냅니다.
최대 시속 56㎞까지 가능하며 20~25년은 연료 재공급 없이 임무수행이 가능합니다.
선내 승조원은 선박을 운용하는 인력 3200명 정도와 비행단 인원 2500여명 등 6000여명에 달합니다.
항공모함은 말 그대로 항공기를 특정지역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시켜 작전을 펼칠 수 있게 하는 함정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항공기인데요. 로널드 레이건호에는 약 75대 정도의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F/A-18E/F 슈퍼호넷 전투기와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C-2A 그레이하운드 수송기, MH-60R/S 시호크 헬기 등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각 항공기의 임무특성을 보면 조기경보기를 이용해 적과 아군의 위치 등 정보를 획득하고 전자전기를 투입해 적의 방공레이더를 무력화시킨 뒤 전투기로 주요 표적을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송기는 필요한 물자를 수송할 것이고, 시호크헬기는 잠수함을 잡는 데 사용되죠.
항공기를 위한 함정이지만 기본적인 방어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각종 대공탐색레이다로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항공기 등을 탐지하고 사거리 16㎞의 함대공미사일 시스패로우와 사거리 9㎞의 램 미사일, 사거리 3.5㎞의 팔랑스 등으로 3단계의 다층방어를 할 수 있습니다.
자함방어체계를 보면 뭔가 좀 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세요?
그렇습니다. 대잠어뢰나 소나 등의 장비가 없는데요.
그래서 항공모함은 절대 혼자 다니지 않습니다.
이지스구축함과 순양함 등 최대 12척의 선박이 항공모함을 둘러싸고 호위하면서 이동하죠.
이지스함 등 호위함정에는 SM계열의 탄도미사일요격미사일과 토마호크 함대지미사일, 대공미사일과 대잠유도미사일 등이 있어 항모 방어는 물론 항모의 전투기들과 함께 반격작전을 펼치기에 충분합니다.
때에 따라 인근에 핵추진잠수함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저는 사실 항모에 올라가봤습니다. 타봤다고는 할 수 없는 게 항모를 타고 작전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지는 못하고 말 그대로 올라가보기만 했습니다.
브릿지를 거쳐 함내로 들어가서 전투기를 보관하는 장소를 둘러보고 함재기를 비행갑판까지 올려주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비행갑판까지 가 봤는데요.
3개월을 생활해야 길을 잃지 않는다는 항모를 1시간가량 둘러보고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냥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도 항공모함을 보유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함정건조나 함재기 제작 등 기술적인 요인을 충족시켜 우리 기술로 가능하겠느냐의 문제도 중요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건 어떤 전력을 어느 정도의 규모로 무엇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가에 대한 답이 먼저 나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로파일럿= 기자 오상현 / PD 박정은, 우원희, 김정률, 김성근 / CG 임예진, 이윤지 / 제작책임 민상식 / 운영책임 홍승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