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비계 삼겹살’ 문제, 다각적으로 풀어야

삼겹살데이는 축산관련 이벤트 중 인지도가 가장 높아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막론하고 한 달 전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3월 3일 ‘삼겹살데이’에 축산업계는 비계 삼겹살 논란으로 전례 없는 큰 소란을 겪었다. 당시 일부 유통업체들은 삼겹살데이를 맞아 판매한 ‘반값 삼겹살’에 과지방 삼겹살을 섞어 판매했다. 누리꾼들은 “불판이나 닦을 수준의 비곗덩어리”, “삼겹살 밑장 빼기” 등 민감한 반응과 인증샷을 올리며 불만을 표출했다.

논란이 커지자 유통업체들은 환불이나 반품을 약속했다. 정부는 과지방 삼겹살 유통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가공·유통업체, 브랜드 업체와 협업해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해 6월 농식품부는 지방 함량 표기 권고 기준 등이 담긴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을 배포했다. 그리고 올해 1월 9일 육가공협회와 대형마트 등 축산업 관계자들에게 같은 매뉴얼을 다시 배포했다.

농식품부가 배포한 매뉴얼에는 원물 삼겹살과 소매로 판매되는 소포장 삼겹살의 지방 제거 방식이 담겼다. 특히 정상 삼겹살과 지방 제거가 필요한 삼겹살, 과도한 지방 제거로 상품성이 저하된 삼겹살을 사진으로 비교했다.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소포장 삼겹살의 경우 삼겹살은 1㎝ 이하, 오겹살은 1.5㎝ 이하로 지방을 제거할 것을 권장했다. 과지방 부위는 폐기를 권고했다. 가이드를 따르면 삼겹살 품질에 대한 불만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평소에 지방 1㎝가 넘는 삼겹살을 좋아했던 소비자들의 취향은 외면될 것이고, 가격은 더 오를 것이다. 특히 가공 과정에서 쓰레기로 버려지는 부분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와 판매업자는 지방 부위 1㎝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민망함도 각오해야 한다. 자칫 서로에 대한 신뢰, 특히 공급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정부는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일 뿐’이라고 했지만, 거래시장임을 고려하면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정부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해결방법은 더 다각적이어야 한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등지방이 높아지지 않도록 비육하고, 사료와 종돈을 꼼꼼하게 선정해야 한다. 최대한 규격에 맞는 좋은 돼지를 생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육가공업자 측면에서는 삼겹살 가공 시 등지방 부위를 깊이 정선하는 한편, 시장에 공급할 때 새로운 가격과 공급체계를 고려해야 한다. 세종시 싱싱장터에서 지방 함량에 따라 삼겹살을 풍미삼겹(지방 함량 많음) 꽃삼겹(지방 함량 중간) 웰빙삼겹(지방 함량 적음) 등으로 표시해 판매하는 것이 좋은 사례다.

정부로 대변되는 관리자 측면에서는 현행 등급제 기준인 도체중과 등지방 두께에 육질 기준을 더해 공급자가 체중뿐 아니라 육질까지 관리해 좋은 고기가 생산되도록 등급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겨울철에는 생물의 특성상 지방이 많아지는 것을 고려해 하계와 동계 평가 기준을 달리하거나 같은 삼겹살도 용도에 맞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 삼겹살에서도 취향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품기획자 측면에서는 부위에 최적화된 요리를 개발하고, 다양한 가공상품을 개발해 가능하면 모든 부위가 버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올해로 21번째를 맞는 삼겹살데이가 단순히 소비만을 추구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환경을 고려하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행사의 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최낙삼 좋은상품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