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브라에르 C-390 선정…국산 다목적수송기(MC-X) 때문?
항공업계 세계 4위 엠브라에르, C-390 임무완수율 99%
C-390 최대 26t 적재, C-130J 보다 빠르고 많은 물자 수송
전차는 물론 K-21장갑차도 수송 못 해…정비체계도 고민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2024년 새해를 맞아 헤럴드경제 유튜브 채널 프로파일럿에서 새로운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우리 편일 때는 크고 강하고 아름답지만, 내 편이 아닐 때는 공포와 전율의 대상이 되는 바로 그것. 무기에 대해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었는데요.
매주 여러분과 함께 전 세계의 무기를 만날 수 있는 무기큐브. 지금 시작합니다.
엠브라에르 C-390 선정…국산 다목적수송기(MC-X) 때문?
무기큐브 첫 번째 주인공은 최근 우리 군 무기체계의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엠브라에르사의 C-390입니다.
지난해 12월 4일 제15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우리 군의 대형수송기 2차 사업 기종을 결정했는데요.
이때 선정된 기종이 바로 C-390입니다.
정부는 C-390을 오는 2026년까지 약 7100억원을 들여 3대를 구매할 계획인데요.
지난 2014년 대형수송기 1차 사업 때 C-130J가 선정됐었는데, 1차와 2차 사업의 기종이 달라진 것이 이례적이어서 그 이유에 먼저 관심이 쏠렸습니다.
방위사업청은 그 이유를 ‘계약조건’과 ‘방산업계 공급망 확대’로 꼽았습니다.
방사청은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입찰업체에 컨소시엄 구성을 필수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우리 방산업체를 세계 방산시장 공급망에 참여시키고 이를 통해 후속군수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승부는 바로 여기서 판가름 났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계약조건과 절충교역, 국내업체 참여도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던 C-130J의 록히드마틴사는 1개 국내업체를 참여시켰는데 C-390 엠브라에르사는 3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는 이유도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우리 기술로 자체 제작하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MC-X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KAI는 “최대적재량 30t급 수송기가 최소 20t의 화물을 싣고 알래스카 앵커리지까지 6000㎞를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수송기”를 제작하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조종래 전 KAI 상무는 프로파일럿에 출연해서 “전투기까지 개발한 마당에 모든 것은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 다만 우리가 부족한 부분은 화물칸인데, 화물칸을 어떻게 설계하고 무엇을 넣을 것인가가 문제”라며 “필요하면 선진 업체와 기술협력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앞서 방사청 관계자가 밝힌 ‘절충교역’에 조 전 상무가 얘기했던 화물칸 관련 기술협력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 KAI가 개발하려고하는 수송기와 C-390은 크기와 항속거리, 화물적재 중량 등에서 많은 유사성을 갖고 있습니다.
항공업계 세계 4위 엠브라에르, C-390 임무완수율 99%
그럼 엠브라에르 라는 회사, 또 C-390이라는 수송기. 과연 믿을 수 있느냐하는 질문이 생깁니다.
록히드마틴이나 보잉, 에어버스처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엠브라에르는 브라질의 항공우주사업 기업집단입니다. 상업용 여객기 납품대수는 보잉과 에어버스에 이어 3위, 종업원은 1만 8000명 이상으로 항공기를 제작하는 회사 중 보잉과 에어버스, 봉바르디에에 이어 4위를 기록하는 큰 규모의 회사입니다.
아시다시피 상업용 여객기가 군용보다 감항인증을 받기 더 어렵기 때문에 상업용 여객기 납품 순위가 3위라는 면에서 업체의 신뢰성이 보장 됐다고 봐도 될 듯 합니다.
C-390은 지난 2019년 양산을 시작해 브라질 공군에서 운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누적 비행시간이 1만 800시간이고 운용가용성이 약 80%, 임무완수율 9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엠브라에르는 C-390이 의무후송과 탐색구조, 산불진화, 공중급유, 공중 지원 등 다양한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고, 현재 브라질과 포르투갈, 헝가리 등에서 26대를 운용중이고 네덜란드(5대)와 오스트리아(4대)가 계약을 맺고 도입을 진행 중입니다.
C-390 최대 26t 적재, C-130J 보다 빠르고 많은 물자 수송
이쯤에서 C-390의 제원을 살펴보겠습니다.
전체 길이는 35.2m, 높이 11.84m, 날개 폭 35.05m로 C-130J와 비교하면 높이는 같지만 길이가 5m 이상 길고, 폭은 5m 정도 작습니다. 전체적으로 길고 날렵하다고 보면 되겠네요.
화물칸은 길이 18.5m, 폭 3m, 높이 3.4m로 C-130J에 비해 길이는 1.7m 길고, 높이는 70㎝정도 높습니다.
C-390은 이 화물칸에 최대 26t까지 실을 수 있는데요.
화물을 탑재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6241㎞, 연료탱크를 사용하면 8463㎞까지 비행할 수 있습니다.
C-130J의 최대화물적재량은 19t. 연료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는 16.3t의 화물을 싣고 3150㎞를 이동할 수 있는데 C-390은 연료를 가득 채우면 23t의 화물을 싣고 2722㎞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선명한 차이를 드러내는 건 역시 속도입니다.
4개의 터보프롭 엔진을 이용하는 C-130J는 순항속도가 시속 671㎞인 반면 C-390은 2개의 터보펜으로 시속 870㎞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즉 더 많은 병력과 물자를 보다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엠브라에르는 완전무장한 군인 80명 또는 64명의 낙하산부대를 태울 수 있고, 또 M113 장갑차 2대나 UH-60과 같은 헬기 1대, 험비 3대, BMP-3경전차 1대 등을 실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전차는 물론 K-21장갑차도 수송 못 해…정비체계도 고민
그런데, 제가 이 화물칸의 사이즈를 보다가 뭔가 안타까운 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기종이 결정되는 날 같은 회의에서 4차 양산계획을 승인한 육군의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K-21보병전투장갑차인데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약 7800억원을 들여 양산을 한다고 하는데, 이 K-21장갑차는 C-390에 안 들어갑니다.
K-21의 폭이 3.4m고 무게가 25t이라서 폭도 안 맞고 최대적재중량을 초과하게 됩니다.
그래도 들어가는 장갑차 하나 찾았습니다. 바로 K200 장갑차인데요. 장갑차 폭이 2.9m 정도이고 무게는 13.2t이어서 장갑차 1대와 병력을 같이 이동시킬 수는 있겠네요.
C-390을 운용해야할 공군도 고민이 좀 많아질 것 같습니다.
C-130계열은 J 버전이 들어오기 전부터 C-130H를 운용했었기 때문에 정비나 운용유지 등 전문인력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브라질에서 만든 C-390은 처음 도입하는 기체라서 정비인력과 운용인력을 새롭게 준비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국가 예산이 풍족하면 고민할 것 없이 더 크고 웅장한 C-17 같은 기체를 도입했을 텐데 아쉽네요.
유튜브에 남겨주신 의견을 보니 C-17은 9년 전에 단종됐다고 하네요,
KAI도 C-390과 KAI와는 무관하다고 합니다.
무엇 때문에 C-390을 도입한 걸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프로파일럿= 기자 오상현 / PD 김성근, 우원희, 박정은, 김정률 / CG 임예진, 이윤지 / 제작책임 민상식 / 운영책임 홍승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