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방문 증가한 신당시장 가보니

쇼핑보다 미식·레트로·경험 집중

일부 인기가게만 몰리는 점은 한계

‘전통시장의 미래’ 보이는 ‘힙당동’ 신당시장 [위기의 전통시장]
50년 경력으로 SNS에서 화제가 된 신당시장 ‘호떡 할머니’점포에서 시민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희량 기자

“백화점이나 성수동 가면 맛집 많은 거 알죠. 근데 그건 식상해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보물 찾는 기분으로 왔어요.”

영화 촬영장을 연상시키는 빛바랜 ‘상회’ 간판, 풍겨오는 참기름 냄새.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골목골목에서 배꼽 높이 크롭 패딩을 입은 20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일 오후 기자가 방문한 서울 중구 신당중앙시장은 관광객으로 가득 찬 여느 전통시장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BC카드에 따르면 서울 신당시장은 지난해 MZ세대의 방문지수가 2019년 대비 136% 증가했다. 도대체 무엇이 MZ세대의 발걸음을 이끈 걸까.

신당시장에 처음 온 사람이라도 이 구역의 ‘슈퍼스타’는 호떡 할머니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다. 퇴근 후 동료와 시장에 왔다는 30대 임모 씨는 “신당역 인근에 밥 먹으러 왔다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본 호떡을 먹으러 들렀다”며 일행과 인증사진을 찍고 사라졌다.

30대 홍재완 씨는 “여기 할머니는 현금만 받으시는데 먹으러 오면 옛 추억도 되살아나고 주변에 저렴한 분식으로 넉넉히 먹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관찰한 MZ세대들은 쇼핑보다는 미식과 특색 있는 경험을 찾아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50년 경력의 호떡 할머니 같은 유명인의 손맛을 보러오거나 젊은 감각의 상점을 찾아오는 등 목적이 뚜렷한 방문객이 많았다.

냉장고 매대 위에 옷이 진열된 핍스마트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동네 마트 인테리어를 적용한 편집숍이다. LP판, 옷, 낯선 브랜드의 해외 식품들이 놓여 있다. 핍스마트 관계자는 “동네의 감수성을 살리면서 딱 들어왔을 때 ‘여기에만 있는 상품’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신경을 썼다”며 “주말엔 하루 400명 정도가 온다”고 설명했다.

인근에는 매장 내 우편함을 열어야 커피를 가져갈 수 있는 체험형 콘셉트의 카페 ‘메일함’과 브라운관TV에서 자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레트로 감성의 포차들도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점포들을 살펴보면 개성이 뚜렷하다는 느낌을 쉽게 받는다. 중앙 통로에서 300m만 걸어가면 주인장이 수집한 운동화들 속에서 음식을 먹는 식당인 무명스키야키도 있었다.

저녁 7시가 되자 신당시장은 또 다른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가수 성시경이 촬영하고 갔다는 한 어묵집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시장 내 음식을 사서 와인, 하이볼과 곁들이는 ‘술술317’이나 일본 이자카야 콘셉트의 난바스낵처럼 아이콘 같은 매장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시장을 찾은 20대 김영은 씨는 “성시경이 왔다 간 집에서 어묵 하나 사 먹고 분위기가 특이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간다”면서 “이색 식당을 찾아 나서는 느낌이 좋아서 조만간 한 번 더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속 저렴한 한끼를 찾아 온 학생들도 많았다. 고등학생 김결(17) 군은 “블로그에 본 맛있는 족발 맛집이 있다고 해서 왔다”며 “시장에서는 족발, 탕후루, 오뎅, 떡볶이를 친구랑 같이 2만5000원에 맘 편히 먹고 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특정 매장에만 방문객이 몰린다는 점은 한계로 보였다. 인근의 한 상인은 “온라인에서 유명한 맛집은 저녁마다 사람이 붐비지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은 전과 다를 바 없다”면서 “유명한 가게가 시장의 인기를 끌어올릴 순 있어도 오랫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했던 상인들의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희량·전새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