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병원 이용이 적으면 연 12만원을 돌려받고 1년 내내 병원을 가면 진료비를 더 내게 된다. 정부가 발표한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그동안 병원을 마실 가듯 이용하는 ‘의료 쇼핑’이 건보재정을 악화시키는 폐해를 막겠다는 것으로 방향은 틀리지 않다. 내가 낸 건보료가 꼭 필요한 곳에 쓰이기 보다 일부 과다 이용자에게 허투루 쓰이는데 따른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건강보험은 사회구성원의 건강을 함께 책임지는 성격이 있는 만큼 잘못된 곳들은 손질이 불가피하다.
이번 건보 개혁은 필수 의료분야와 사회적 약자를 더 지원하고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노동 강도나 위험도에 비해 제대로 수가를 인정받지 못한 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의료 항목의 수가를 인상하고 의료행위 난이도·위험도·의료진 숙련도, 지역 격차 등에 따라 수가를 더 쳐주는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또 진료행위가 많을수록 유리한 행위수가제를 보완해 진료량보다 의료 질과 성과 달성에 따라 차등 보상하는 대안적 지불제도도 도입하겠다고 한다. 행위수가제가 과잉진료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의료서비스 이용이 적은 건강보험가입자에게 납부한 보험료의 일부를 ‘바우처’로 돌려주는 제도도 이번에 처음 도입된다. 대신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넘는 경우 진료비의 90%를 본인이 내야 하고 같은 병원에서 하루 2회 이상 물리치료를 받는 환자도 부담률이 올라간다. 의료를 합리적으로 이용한 사람에게 그만큼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10조원 이상 들어가는 필수의료 지원과 갈수록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할 재원이다. 정부는 당장은 준비금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하지만 2026년부터는 재정 적자로 돌아서고 2028년에는 적자 폭이 1조5836억원까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문재인 케어’로 고가의 보장항목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실제 급여에 포함된 초음파 및 자기공명영상(MRI) 진료비는 2018년 1891억원에서 2021년 1조8476억원으로 3년 만에 약 10배가 늘어났다. 고가의 검사와 치료를 받기 위해 너도 나도 수도권 큰 병원을 찾다 보니 동네 병원은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 확대로 수익을 내려는 편법이 기승을 부린 것이다.
정부는 이 참에 건보료 인상 논의도 시작하겠다고 하나 지금도 부담이 크다는 게 국민 정서다. 올해 건보료율은 7.09%로 법적으로 소득의 8%까지 부과할 수 있지만 국민 공감을 얻는 게 먼저다. 그에 앞서 새는 곳이 없는지 더 살피고 수긍할 만한 새로운 재원 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