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론] ‘일·육아 지원제도’ 부모·기업·사회가 함께 나서야

2022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0.78명을 기록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급격한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사회지출과 복지비용의 증가 등 국가의 지속성을 저해하고 미래 세대의 노인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저출산은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대한민국이 마주한 가장 큰 위협이다.

높은 경쟁 압력과 미래에 대한 불안, 양육 부담 등이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한국의 경우 OECD 선진국과 달리 여성 고용률이 증가하면서 출산율이 감소하는 반비례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20~30대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어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임을 반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주거, 교육, 고용 등 구조적인 요인 해소에도 노력하는 한편, 현장에서 요구가 높고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육아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부터 신속히 추진하려고 한다.

일과 육아의 양립을 위해서는 육아를 위한 ‘시간 확보’, 그리고 육아에 집중하는 동안의 ‘소득 보전’이 핵심이다. 그래서 ‘부모가 함께, 더 쉽고 더 편하게, 더 많이’ 육아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 예산을 작년보다 4천억원 증가한 2조 5천억원으로 편성했고, 모성보호 예산의 일반회계 부담금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해 전체 예산의 16%로 비중을 높였다.

당장 올해 1월부터 엄마와 아빠가 함께 소득 걱정 없이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6+6 부모육아휴직제’를 시행했고,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일하면서도 충분한 육아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및 유연근무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업무 공백 우려와 동료의 눈치 등으로 육아휴직 활용이 저조한 중소기업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대체인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하반기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시 동료가 업무를 대신하는 경우 동료업무분담 지원금도 지원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집중 지원하여 육아친화적인 직장문화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기조의 근간에는 대기업·정규직 12와 중소기업·비정규직 88로 분절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있다. 12%인 ‘소수의’ 양질의 일자리를 향한 ‘취업 경쟁’은 청년들이 느끼는 과잉 경쟁 압력과 미래불안의 핵심 요인이다.

따라서 의식·관행·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노동개혁을 통해 상생과 연대의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의 대다수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 창출로 저출산 완화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

아이를 갖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개인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은 ‘사회적인 지원과 노력’이다. 정부의 노력은 변화를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행복을 느끼면서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부모, 기업, 사회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