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사망 줄었지만 재해율 늘어

오는 27일이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째에 접어든다. 지금까지 유예 논란이 있었지만 법 적용에 제외됐던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미만의 공사장에도 이날부터 이 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오늘(25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어 결과가 유동적이지만,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재해율을 낮출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한다. 징역과 벌금을 동시에 병과할 수 있고 이와 별도로 법인에게도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가하는 강력한 법이다. 이 법 시행 후 2년 동안 중대 재해 발생을 보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2/4분기와 3/4분기에는 사망자가 줄었다. 하지만 해당 근로자에 대한 사망자와 부상자를 포함한 비율을 나타내는 재해율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 재해율이 더 늘어난 이유와 이를 낮출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첫 번째 요인은 안전무지(無知)로 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안전불감증’을 원인으로 말하지만, 더 큰 원인은 ‘안전무지’에 있다. ‘위험한 상황을 알지만 내가 하면 사고가 나지 않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안전불감증이고, 지금 하는 행동이 위험한지 아닌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행동하는 것이 안전무지다. 안전무지 상태에서는 안전관리대책도 실효성이 없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고 현장의 재해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근로자가 공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안전상식의 전달일 것이다.

두 번째 요인은 안전취약 요인별 안전대책 미흡이다. 2022년 기준, 직전 해보다 약 80만명(4.10%)의 근로자가 늘어났다. 근속기간별로 보면 6개월 미만 근로자의 재해율이 47.78%로 가장 높고,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근로자의 재해가 34.78%를 차지한다. 신규 근로자는 새로운 사업장의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고령자일수록 위험순간에 민첩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안전취약 계층이 된다. 재해율이 높은 6개월 미만의 근로자와 60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는 중대재해를 줄이는 것이지만 처벌만이 목적이라면 안전은 절대 보장되지 않는다. 잘못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안전관리 능력이 없는 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안전이 보장되거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안전 관리력이 미흡한 영세사업장에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이 포함되도록 해야만 이 법의 취지가 실현될 것이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잘 갖춰진 안전대책이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고 설령, 미흡한 안전대책이라도 안전하게 행동하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예방 중심의 기능을 강화하는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더불어 우리 모두가 안전의식을 갖고 행동한다면 진정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이송규 (사)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