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즉흥적으로 나들이를 가려고 하면 몇 개의 선택지가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수족관과 동물원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장소이다. 겨우 옹알이를 할 시기부터 초등학교에 다니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지루하거나 싫증 내 하지 않는 장소이기도 하다. 필자의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수족관은 그리 흔하지 않았고 동물원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동물원 가는 주말은 더없는 행복이었다. 그림책에서만 보던 사자, 호랑이, 기린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던 기억이다.
요즘 아이들은 수십 년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좋은 환경에서 다양한 종류의 동물원, 수족관을 경험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생물 및 동물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고, 외관도 그에 못지않게 세련되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대형 어항 속에서 유유자적 물길을 거니는 큰 물고기를 그저 바라보며, 울타리 속 야생마를 신기해하며 “우와”하는 탄성을 자아내는데 충분하였다면 요즘에는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생물들을 직접 만지고, 얼마의 돈을 지불하면 먹이도 직접 줄 수 있다. 특히 동물을 접할 수 없는 도시 속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섭리를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것만으로도 귀중한 체험이다. 따라서 각 수족관 및 동물원들은 더 많은 희귀 동물과 생물의 전시, 아이들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테마 도입 등을 통해 모객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각종 환경단체 및 동물 애호가들과의 충돌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영업권, 아이들의 교육권, 사람의 여가권, 동물의 보호권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현실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아이들과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수족관 몇 군데를 방문하였다가 필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최근 들어 바뀐 현상인지 애초 설립 당시부터 그래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수족관의 테마는 ‘보다 진귀한 상품의 전시’도, ‘아이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한 흥미증진’도 아닌 ‘보존을 위한 보호’였다. 아이들은 수족관 내에 끊임없는 설명을 통해 희귀종의 보호가 왜 중요한지, 이 수족관에서는 수족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귀한 자원들을 통해 전문가들이 어떻게 이들의 보존을 위해 연구하는지, 잘 보호하고 있는지, 시민들은 어떻게 자발적으로 생물 보호에 동참하고 있는지 자연스레 학습할 수 있었다. 수족관의 테마는 ‘상생과 보호를 통한 지속가능한 보존’인 셈이었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감동이 전달되었다.
그 곳은 아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양하고 화려한 프로그램보다는, 실생활에서 작은 것들을 실천하면서 아이들이 다양한 생물과 함께 살 수 있는 의미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수족관 방문을 통해 동·생물들이 멀고 어렵게만 느껴져서 보호 방법을 알아도 실천하지 못했더라도 내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보호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통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된다.
밸루가가 희귀해서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구경하러 왔더라도 화려하지 않은 장식과 평범한 교육 자료를 통해 밸루가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하고 있고 그 노력 주체가 바로 나라는 것을 인식하고 가게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세상, 상생이 가능한 세상은 이렇게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방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전환하는 데에서 나온다.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