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불구 매년 '완판'
[헤럴드 대구경북=김성권 기자]울릉도의 맑은공기속에 천연 암반수를 마시며 성장한 울릉칡소가 올해도 어김없이 설 명절 선물세트로 등장했다. ‘울릉칡소’는 청정 섬인 경북 울릉군에서 자라는 토종 한우다. 일반 한우보다 40%가량 비싼 몸값을 자랑하지만, 명절 때마다 선물세트로 항상 ‘완판(완전판매)’을 기록하는 인기 품목이다. 21일 울릉군에 따르면, 울릉칡소영농조합법인 농가 5곳에서 직접 키운 칡소 9마리를 도축해 대형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을 통해 설 명절 선물세트로 판다. 가격은 4.2㎏ 명품세트 80만 원, 2.8㎏ 일반세트는 30만~52만 원이다. 한우는 색깔에 따라 누렁소, 칡소, 검정소로 대별된다. 이 중 누렁소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칡소와 검정소는 매우 귀하다. 박목월의 동시에 곡을 붙인 동요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했던 그 얼룩소가 바로 칡소다. 정지용의 시 ‘향수’의 구절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라 한 그 얼룩빼기황소도 역시 칡소다. 온몸에 칡넝쿨처럼 어룽어룽한 검정무늬가 있어서 칡소란 이름을 얻었겠지만 그 얼룩무늬가 호랑이무늬를 닮았대서 일찍이 범소 또는 호반우(虎班牛)라고도 했다. 고구려고분 벽화 ‘외양간’ 그림에 표현돼 있고 고려사 기록에도 있다. 우직하고 성실한 민족성을 표현하고 있다는 이중섭의 ‘황소’도 정확히는 칡소 그림이다.
칡소 또는 호반우는 많은 이들에게 비록 낯선 이름이지만 알고 보면 오랜 세월을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가축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칡소는 국내 전체 사육 두수가 1,000두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흔치 않은데, 인구 1만 명이 되지 않는 울릉군에선 13개 축산 농가를 모두 합쳐도 185두만 사육될 정도로 귀하다. 울릉 칡소는 청정섬에서 자란 한우로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될 때마다 불티나게 팔린다. 울릉칡소영농조합법인은 2010년부터 롯데쇼핑과 출하 약정을 맺고 명절 선물세트로 팔고 있다.
지난해까지 13년간 내놓기가 무섭게 조기 완판된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슬로푸드국제본부로부터 ‘맛의 방주(Ark of Taste)’로 등재되어 국제적 명성도 획득했다. 맛의 방주는 슬로푸드국제본부가 음식문화유산의 소멸을 막고 세계음식에 관심을 두자는 취지로1996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세계적으로 잊혀져가는 음식의 맛을 재발견하고 멸종위기의 종자나 음식을 찾아 목록을 만들어 알리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이탈리아인 카를로 페트리니(CarloPetrini)가 처음 시작하게 됐다. 2015년에는 전라북도 무주에서 군수와 휘하 공무원 일행이 울릉도 칡소사육을 배우기 위해 현지를 다녀갔다. 당시 그들은 칡소의 내력과 그 브랜드가치를 살펴봤다.
군은 최근 농업기술센터에서 울릉칡소 발전방향 재정립을 위해 ‘울릉칡소 명품화 유통망 구축과 등급판정 프로세스 고도화’를 주제로 축산농가 대상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등급 판정 프로세스 등 선진축산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울릉칡소가 진정한 지역특화 품목으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칡소 명품 브랜드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