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재미교포 이성진 감독(41)이 제75회 에미상 시상식(Emmy Awards)에서 TV 미니시리즈 TV 영화 부문(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감독상과 작가상을 받았다. 그가 기획하고 연출한 '성난 사람들'은 5관왕에 올랐다.
이성진 감독은 16일 화요일 오전 10시(한국시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씨어터에서 열린 75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로 감독상과 작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밖에도 '성난 사람들'은 스티브 연이 남우주연상을, 앨리 윙이 여우주연상을 받은데다, 마지막 작품상까지 받아 5관왕에 올랐다.
이성진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TV아카데미에 감사하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은행 통장이 마이너스일 정도로 가난하게 살았다. 1달러를 저금하러 가기도 했다. 여기 서보니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점을 느낀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은 지난 7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같은 부문 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등 3관왕을 달성한데 이어, 14일 크리틱스초이스상 시상식에서 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 등 4관왕을 휩쓴 바 있다.
할리우드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재미교포 이성진 감독이 일상적인 분노를 소재로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원제 ‘BEEP’)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각본·연출을 담당한 이 감독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호대기 중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뀐 걸 알아채지 못하자 뒤에 있던 백인 차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르고 난폭운전까지 했다”면서 "화를 내 주신 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바 있다.
‘성난 사람들’은 돈을 벌어 한국에 있는 부모를 모셔와야 하지만 사업이 잘 안풀리는 한국계 노동자(도급업자)인 대니 조(스티븐 연 분)가 마트에서 차를 후진하자 강한 크락션을 울리며 손가락 욕까지 하는 흰색 벤츠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운전자인 중국계 이민자 에이미(앨리 웡 분)와 시비가 붙어 도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른바 ‘로드 레이지(Road Rage·도로 위의 분노)’다.
스티브 연, 앨리 윙, 죠셉 리, 데이비드 최, 영 마지노, 에쉴리 박, 저스틴 민 등 한국과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들이 주축이다.
이성진 감독은 미국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해 ‘써니’라는 이름을 쓰면서 활동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 한국 작품들이 미국에서 크게 알려지면서 이성진 발음을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