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광주 남구가 16억 원을 들여 청사 벽면에 설치한 미디어 파사드가 설치 3년 만에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여서 세금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 파사드는 청사 벽면에 추가로 설치한 미디어 월에 가려 1주일에 고작 2시간만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광주 남구에 따르면 남구는 백운광장 일대 야간 경관 개선을 목적으로 2021년 12월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남구는 설치비와 콘텐츠 제작비로 16억원을 투입해 지역을 홍보하는 90분 분량 영상을 매일 오후 7시 30분-오후 9시 송출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백운광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미디어 파사드가 노출되는 벽면의 바로 옆면에 미디어 월을 또 설치하면서 미디어 파사드의 쓰임새가 크게 줄었다.
미디어 월은 가로 42m·세로 9m 크기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통해 영상을 내보내는데, 여기서 나오는 빛의 세기가 강해 함께 송출하면 미디어 파사드의 영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남구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미디어 월을, 그 이후 1시간(오후 9∼10시) 동안만 미디어 파사드를 교차 가동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공공 목적 광고 영상 송출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미디어 월 가동 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
미디어 파사드는 그나마 유지한 송출 시간을 빼앗겨 토·일요일에 1시간씩만 가동되는 처지에 놓였다.
비슷한 시설물의 중복 투자·설치 지적과 함께 활용 방안 모색 요구가 이어졌지만, 남구는 대책을 찾지 못했다.
노소영 남구의회 의원은 지난해 3월 구정 질의에서 “미디어 월의 선명함에 묻혀 미디어 파사드가 부각되지 않는다”며 “주민들은 미디어 파사드를 보고 미디어 월과 비교되는 조잡한 영상이라고 평가한다”고 비판했다.
신종혁 구의원도 “꼼꼼한 계획 수립 없이 사업을 추진해 수십억 원의 예산이 낭비됐다”면서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수개월째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구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유동 인구가 줄었고, 이에 따라 미디어 파사드 가동 시간을 줄인 것이라”며 “미디어 파사드·월 송출 시간을 유동적으로 변경하는 등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