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 수원공장 르포
자동화셀로 협동로봇이 로봇 제작
연간 생산규모 2200대 → 4000대
협동로봇 최다 제품군…2026년 17대
억대 솔루션패키지 확대로 수익성 강화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수원·성남)=한영대 기자] 5일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생산공장. 새로운 생산라인이 구축될 공장 2층에는 ‘자동화셀’ 1대가 설치돼 있었다. 자동화셀은 사람과 협동로봇이 함께 협동로봇을 만드는 설비이다. 자동화셀에는 근로자 1명이 모듈(협동로봇 축) 제작을 위한 사전 작업을 마무리한 후 협동로봇이 모듈에 들어가는 나사를 조이는 등 나머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금까지 협동로봇 생산 시 근로자의 기술력에 의존했다. 하지만 공장 2층에 총 9대의 자동화셀 설치를 마무리할 시 수원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2200대에서 4000대로 증가한다. 자동화셀 도입으로 모듈 1개당 제작시간은 기존 60분에서 37분으로 감소, 생산효율성은 38% 증가한다. 두산로보틱스는 향후 자동화셀에 자율이동로봇(ARM)을 접목해 물류 자동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자재창고에서 부품을 전달하는 등 일련의 생산 과정을 자동화한다는 것이다.
1층에 마련된 600평 규모의 기존 생산라인에는 25명의 근로자들이 모듈과 로봇 팔을 바쁘게 조립하고 있었다. 최근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60~70%대였던 공장 가동률이 80%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생산라인에는 테스트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테스트 공간에는 협동로봇 12대가 각자의 가반하중(로봇이 들어 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과 같은 무게의 추를 달고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이같은 시운전 테스트는 총 13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은 출하되기 전까지 총 7번의 품질 테스트를 거친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로봇을 생산할 때 특별히 많은 공간이 필요한 건 아니며 가장 핵심은 바로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에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업체 중 가장 많은 13개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업체(중국 제외)인 유니버셜로봇(5개)보다 2배 이상 많다. 각종 테스트를 거쳐 만들어진 만큼 안전성도 우수하다. 협동로봇에 설치된 토크 센서는 안정성을 더욱 높인다. 토크 센서는 가해지는 힘에 따라 저항이 변하는 센서를 활용해 물체 무게나 동작 중에 발생하는 힘을 직접 측정한다.
20개의 안전 기능을 갖춘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은 충돌 민감도를 높게 설정할수록 외부의 작은 움직임에도 즉각적으로 대응한다. 이날 경기도 분당 두산타워에서 진행된 협동로봇 시연회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협동로봇은 직원이 손가락만 대자 바로 작동을 멈췄다.
뛰어난 안정성과 디자인을 갖춘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커피, 치킨 등 음식 제조는 물론 샤넬, 디오르 등 유명 명품 업체와 협업해 전시회에도 사용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협동로봇을 활용, 각종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솔루션도 선보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공개한 협동로봇 솔루션은 ▷대규모 조리 작업을 하는 ‘단체급식 솔루션’ ▷수술실에서 의료진 대신 내시경 카메라를 들어주는 ‘복강경 수술 보조 솔루션’ ▷최대 70㎏의 물건을 들 수 있는 ‘공항 수하물 처리 솔루션’ 등이 있다. 공항 수하물 처리 솔루션을 개발할 때 덴마크 로봇 기술 업체인 코봇 리프트와 협업했다.
류 대표는 “협동로봇은 사람이 수행하기 힘들거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에 주로 사용되는 만큼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동로봇 제품 하나만 봤을 때 가격이 3000만원대이지만, 솔루션 패키지 가격은 최대 1억원에 달한다”며 “현재 전체 매출 중 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15%인데, 향후 3년내에는 30~4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올해 10월 출시한 ‘다트 스위트(Dart Suite)’는 개발자가 구현한 협동로봇 기능을 앱 형태로 등록하면 사용자가 다운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두산로보틱스가 다트 스위트 개발에 투자한 자금만 100억원이 넘는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현재는 무료로 앱을 이용할 수 있지만 추후 다트 스위트가 활성화되면 유료화 및 광고 등을 도입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투자로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5년간(2018~2022년) 46.1%의 매출 성장률을 달성했다. 경쟁사보다 최대 5배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계속된 성장에 힘입어 두산로보틱스는 설립된 지 10년도 되지 않아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에서 점유율 4위(중국 제외)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제품들은 주로 내수로 소화되고, 유럽이나 북미 등 다른 국가로는 수출이 되지 않아 통상 글로벌 협동로봇 업체 점유율 순위를 표시할 때 중국 업체들은 제외하고 있다.
협동로봇 사업의 잠재성을 인정받아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0월 코스피 상장도 이뤘다. 류 대표는 “두산로보틱스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고객들은 실질적으로 덴마크 유니버셜로봇과 일본 화낙, 두산 등 3개 업체 제품 중 어떤 것을 구매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협동로봇 사업에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될수록 협동로봇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2018~2022년) 산업용 로봇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률(-1.4%)을 기록한 반면 협동로봇 시장은 15.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우선 제품군을 현재 13개에서 2026년까지 17개로 늘릴 계획이다.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도 추진할 예정이다. 두산로보틱스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 중 2850억원을 M&A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류 대표는 “두산로보틱스가 필요한 건 모빌리티(이동 및 주행)에 대한 기술이고, 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를 검토한 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M&A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 영역도 넓힌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에 북미법인을 설립했고, 내년에는 독일에 유럽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는 현재 100여개인 해외 판매 채널을 2026년까지 219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흑자 전환 예상 시기에 대해 류 대표는 “내년이면 흑자를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