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C에너지 군산 열병합발전소 내
국내 최대 규모·민간 발전사 최초 CCU
하루 300t, 연 10만t 이산화탄소 포집
냉매 용도 등 액화탄산 10년치 계약마쳐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군산)=김은희 기자] 지난 20일 찾은 전북 군산의 SGC에너지 열병합발전소. 우뚝 솟은 굴뚝과 크고 작은 탱크, 복잡하게 얽힌 배관까지 외관은 여느 발전소와 다를 바 없지만 이곳에는 특별한 ‘신상’ 설비가 있다. 바로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가스에서 탄소를 포집해 액화탄산으로 만드는 CCU(탄소 포집·활용) 시설이다.
거대한 굴뚝 앞으로 아파트 18층 높이의 흡수탑과 재생탑이 자리 잡았고 배관을 따라 조금 떨어진 터에는 액화설비와 액화탄산 저장탱크 3기가 놓였다. 국내 최대 규모이자 민간 발전사로는 가장 먼저 도입한 CCU 설비다.
SGC에너지는 이달 5일부터 본격적으로 액화탄산을 생산해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을 실천하면서 액화탄산 판매 수익과 탄소배출권 수익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일석삼조의 신규 사업이다. 유연탄 등을 태워 인근 산업단지에 열과 전기를 공급해 온 화력발전소, 흔히 말하는 ‘굴뚝회사’로서는 큰 변신이기도 하다.
이곳 발전소에선 하루 300t, 연간 10만t 규모의 이산화탄소가 포집된다. 보일러에서 나온 가스는 온도를 낮춰 불순물을 없애는 전처리를 거쳐 흡수탑으로 간다. 흡수탑에서 아민 계열의 흡수제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모으고 재생탑에서 증기로 가열해 고순도의 이산화탄소를 뽑아낸다. 이를 통해 배기가스 내 13~15% 정도 포함된 이산화탄소가 90% 이상 분리된다.
분리된 이산화탄소는 압축·액화를 통해 순도 99.9% 이상의 액화탄산으로 재탄생한다. 액화탄산은 드라이아이스로 가공돼 다양한 용도의 냉매로 쓰이거나 일부 용접용 가스로 사용될 예정이다. 향후 10년 치 생산 물량에 대한 공급계약까지 마친 만큼 SGC에너지는 안정적인 운영 관리에만 힘쓰면 된다.
SGC에너지 관계자는 “일부 발전설비를 바이오매스 혼합 연소로 운영하는 등 친환경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나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해 이산화탄소를 직접 감축하는 CCU 사업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SGC에너지는 지난 2021년 11월 한국전력공사와 탄소 포집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듬해인 지난해 5월 570억원 규모의 설비 구축 투자를 단행했고 그로부터 1년 반 만인 지난 11월 CCU 설비를 완공했다. 당초 내년 1월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시운전 결과 안정적인 설비 운전이 확인돼 시기를 당겼다. CCU 사업에 뛰어든 지 2년 만에 공급을 개시한 것이다.
물론 CCU 사업이 매출 면에서 보면 수익성이 높은 편은 아니다. SGC에너지가 공급 계약금액 등을 경영상 비밀유지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t당 30만원 선인 액화탄산 가격과 t당 1만원 선인 탄소배출권 가격을 고려하면 현재 기준 연수익은 31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다만 수익사업으로 접근한 게 아닌 만큼 수익모델을 구축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SGC에너지 측은 설명했다. 자원순환형 발전소 구현이라는 환경적 가치, 향후 추가 투자를 통한 증설 및 전후방 사업 연계 발전 가능성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민간 발전 기업으로는 선도적으로 CCU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도 SGC에너지가 말하는 이번 사업의 중요한 의의다.
실제 CCU 기술은 탄소중립 구현에 꼭 필요한 기술로 꼽힌다. 신재생에너지 도입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더라도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주요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당장 완전히 없앨 수 없는 만큼 이를 활용하는 일종의 업사이클링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액화탄산만 해도 조선(용접), 유통(드라이아이스), 식품(탄산음료), 반도체(세정), 농업(성장촉진제)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되는데 수요가 많다 보니 국내 산업계는 만성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그만큼 활용 잠재력이 크고 경제적 부가가치가 우수하다는 의미다.
글로벌 이산화탄소 이니셔티브(GCI)는 2030년 CCU 시장 규모를 최대 8370억달러(약 1090조원)로 전망했고 기후·에너지해법센터(C2ES)는 1조1570억달러(약 150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SGC에너지는 설비 가동이 안정화 단계에 이르면 반도체급 초고순도 액화탄산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하루 이산화탄소 포집량도 450t까지 늘릴 예정이다.
반도체 세정용 액화탄산은 99.998% 이상의 순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극히 미량이라도 공정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들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어떤 불순물을 포함하고 있느냐도 중요해 정제설비 고도화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목 SGC에너지 사업부문 기술 담당 전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업 추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도 “한전으로부터 핵심 기술을 이전 받았지만 상세 설계 등에 대해선 자체 기술력이 필요했고 한전이 개발한 하루 200t 포집의 기술을 국내 최대인 300t 규모로 확대 적용하는 과정에 역량을 집중하며 설비 최적화 등에 전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가 있으나 기술, 경제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경쟁력 있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GC에너지는 바이오매스 발전에 이어 CCU 사업까지 본격화하며 친환경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구체화 단계는 아니지만 수소연료전지 발전, 폐배터리 재활용, 메탄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확보, 전문업체와의 협력체계 구축 등을 통해 사업의 밑거름을 다지고 있다. SGC에너지는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77만t 수준으로 감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박준영 SGC에너지 부회장은 “CCU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 재활용을 통한 다양한 신사업을 지속 검토하고 사업을 확대해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