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량이 10년 새 154.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차량 판매량 중 SUV의 점유율도 10년 새 2.5배 늘어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9일 발표한 SUV 환경 영향 분석 보고서 ‘거대한 자동차 더 큰 위기’에 따르면 SUV 판매량이 2013년 1272만대에서 2022년 3240만대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세계 판매량 상위 5개 자동차 제조사인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차,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의 SUV 판매 추이를 비롯해 도로 배출량, 무배출차(ZEV)의 CO₂ 저감 효과 등을 분석했다.
스포츠와 여가 생활 등에 활용성이 높은 SUV는 일반 승용차보다 차고가 높게 제작되는 특성 상 차체가 더 크고 무거운 편이다.
SUV는 일반 승용차보다 철강 사용량이 많아 생산에서 나오는 CO₂가 늘어난다. 철강을 1t 생산할 때 CO₂가 약 1.4t 배출된다. 일반 승용차의 경우 약 60%, 평균 900㎏ 가량이 철강으로 구성된다. 반면 SUV는 일반 승용차보다 철강이 약 20% 더 들어간다.
연료 소비도 크다. 일반 승용차보다 SUV가 평균 20%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판매된 SUV 1대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연평균 약 12% 많은 4.6t의 CO₂를 더 발생시켰다.
SUV는 내연기관 차는 물론 전기차 등 무배출차 중에서도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내연기관 SUV 판매량은 2013년 572만 대에서 2022년 1318만 대로 130.3% 증가했다.
5개 제조사의 무배출차 판매량 중 SUV 비율은 2018년에 17.8%에서 2022년에 62.8%로 약 45%포인트 증가했다. 스텔란티스를 제외하면 모두 50%를 넘어선 것이다. 현대기아의 무배출차 판매량 중 SUV 비율은 지난해 82.7%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현대기아의 경우 2022년 일반 승용차는 2017년 차량 수 의 약 4배가 증가한 반면, SUV는 2017년 차량 수의 약 3470배가 증가했다”며 “이는 무배출차 판매 전략이 SUV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생산부터 도로 주행 시까지 SUV에서 비롯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내연기관 차량을 줄여 감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2022년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의 무배출차로 인해 저감된 도로배출량은 900만t이었으나 같은 해 3개 제조사의 SUV에서 배출된 CO₂는 저감량의 33배인 2억9800만t에 달했다.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번 보고서는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우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SUV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CO₂ 배출량을 오히려 더 증가시키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며 “수송 부문의 CO₂ 배출량을 감축시키기 위해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빠른 탈내연기관과 동시에 SUV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