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요금 인상 겹쳐…'서민의 발' 가계 교통비 부담 우려

시내버스 11.3%↑…운송서비스 상승률 16년만에 최고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지난달 서민들의 이동 수단인 지하철·버스·택시비를 포함한 운송서비스 물가가 1년 전보다 9.1% 올라 16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택시 심야 할증요금을 시작으로 올해 기본료 인상과 함께 지난 8월 서울 시내버스, 10월 수도권 지하철 요금이 오르는 등 전국적인 교통료 인상이 겹치면서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운송장비·개인운송장비 운영·운송서비스로 구성된 교통 물가지수는 지난달 117.48(2020년=100)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2.0% 올랐다.

올해 1월 2.9% 오른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운송장비는 1.5% 오르고 개인운송장비 운영은 0.1% 하락했다.

반면 지하철·버스·택시·항공요금 등의 운송서비스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1% 올라 전체 교통 물가를 견인했다. 지난달 운송서비스 물가상승률(9.1%)은 2007년 4월(9.3%) 이후 16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운송서비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지하철 요금인 도시철도료가 9.2% 오르면서 철도 여객수송 물가가 6.3% 올랐다. 2016년 6월 8.6% 오른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시내버스료(11.3%), 시외버스료(10.2%), 택시료(20.0%)가 포함된 도로 여객수송 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3.8% 올랐다.

1998년 12월 19.7% 오른 이후 24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 8월(11.6%)과 9월(11.9%)에 이어 3개월 연속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면 항공이나 여객선 비용인 항공·수상여객운송 물가는 3.0% 하락했다. 택시비와 버스·지하철 요금은 작년 12월부터 연쇄적으로 인상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택시비는 작년 12월 서울과 청주·충주에서 심야할증이 확대됐다. 기본요금은 올해 1월 울산·대구부터 2월 서울, 6월 부산·경남, 7월 경기·인천·광주·대전, 8월 충북·전북·경북, 9월 안동·충남에서 올랐다.

시내버스료는 1월 강원, 8월 서울·울산, 10월 인천·부산에서 올랐다. 시외버스료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7월에 올랐다.

지하철 요금은 10월에 일제히 인상됐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일반 1천250원에서 1천400원으로 조정됐다. 춘천·천안·아산·부산·양산에서도 올랐다.

'서민의 발'인 대중교통 요금과 택시비의 줄인상으로 서민 가계 교통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계는 교통비에 월평균 33만7000원을 지출해 1년 전보다 1.9% 늘었다. 교통 지출에는 교통수단 이용요금 외에 자동차 구입비·유지비 등도 포함된다.

기차·지하철 비용인 '철도운송'과 버스·택시 등의 요금인 '육상운송'을 따로 추리면 상승세가 더 가팔라진다. 올해 2분기 철도운송 지출은 8000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0.0% 늘었다. 육상운송은 2만1000원으로 14.2% 증가했다.

철도운송·육상운송의 지출 합계가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다. 소득 5분위별로 1분위(1.7%), 2분위(1.4%), 3분위(1.1%), 4분위(1.0%), 5분위(0.9%) 순이었다.

이주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난해 7월 펴낸 '한국과 유럽 8개국의 가구 교통·통신비 지출부담' 연구에서 "소득 분위가 높을수록 소비지출 대비 교통비 부담 수준이 높아지는데 이는 교통비 항목에 대중교통 비용 이외에 자동차 구입 비용이 포함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고려하면 저소득층의 경우 교통비에서 대중교통 이용 비용이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 교통수당·고령자 교통비 지원 등 현재 교통비 지원 정책과 함께 교통 약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통비 보조 대상 확대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