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로 주식시장 연초수준 회귀
고점 매수 투자자 고통 호소 목소리 ↑
전문가들 “바닥 예단 어려워…투매동참은 바람직하지 않아”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국내 주식시장이 대내외 악재에 부딪히면서 연초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에 따라 고점에서 주식을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에도 국내 한 온라인 유명 커뮤니티에 한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저희 언니 부부가 엄청 부자로 살고 있는데, 올초에 제 상견례가 있어서 언니 내외가 비행기 타고 서울 왔는데 표정이 영 아니고 침울해 있었다”며 “언니는 별로 말도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언니는 동생이 상견례하니까 최선을 다해 멀쩡한 척 웃으면서 연기하고 무사히 마치고 돌아갔다”고 적었다.
이어 이 사람은 “엄마가 그러고 나서 며칠 뒤에 언니가 주식으로 좀 큰 손해를 봤다고 했다. 그래서 한 2~3억(원) 잃었는 줄 알았는데 그게 20억(원)일줄은 (몰랐다)”며 “총 재산이 60억(자산의 대부분은 토지·부동산)인데 20억을 잃었으니 엄마한테 전화해서 펑펑 울더라고”라고 썼다.
또 그는 “저까지 형부에게 너무 미안하고 돈 많은 사람은 돈을 잃는 규모도 어마어마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돈이 너무 아까웠다”며 “저희 언니 이제 다 체념하고 그냥 열심히 살면서 돈 벌고 있는데, 다행이긴 한데 너무 속상하다. 저는 그런 돈 구경도 못해본 돈인데…”라고 말했다.
이 게시글에는 ‘우리 언니도 예전에 부자집 사모님에서 형부가 주식으로 다 털어먹었는데, 뭐 그냥 저냥 어려운 고비 잘 참고 견뎌서 평범하게 살고들 계신다’ 등의 위로 댓글이 달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악재에 민감해진 데다 단기간 내 대외 변수들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바닥을 예단하긴 어렵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시장 전반의 가격 수준에 비춰볼 때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에 투매에 동참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가 너무 올라가는 게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라며 "금리 상승은 미국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이 근본적인 원인이어서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상당히 긴축적인 환경이 오래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31일~내달 1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금리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증시의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FOMC를 지켜봐야겠지만 시장 금리 상승으로 긴축 상황이 더 강화돼 기준금리를 움직이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질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이후 시장의 반전 시도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증시의 바닥을 예측하기는 어려워도 분위기에 휩쓸린 매도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학균 센터장은 "증시의 바닥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시장이 비싼 권역이냐 싼 권역이냐는 대략 판단해 볼 수 있다"며 "한국 시장이 대단히 저평가됐다고 말할 순 없지만 거품은 거의 없는 수준인 것 같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서 여전히 비싼 종목들은 하락 위험이 있지만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더 떨어진다고 해도 버텨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조언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100선까지 내려갔던 작년 9월의 패닉셀링(투매)이 떠오를 정도로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실적이 잘 나오는 종목들의 주가 복원력과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대략 0.8배 정도로 하락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신규 진입까지는 아니더라도 패닉셀링에 동참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전쟁 같은 글로벌 리스크는 조금씩 완화되는 추세"라며 "통상 이런 때(투매 시기)가 매수의 기회다. 반등이 조금 늦게 오더라도 매수를 고민해야 할 때지 최소한 매도할 필요는 없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