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독점력에 따라 비례적으로 보호 수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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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3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내 기재부 기자실에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KDI 제공]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려면 플랫폼 기업의 '노동수요 독점력'을 낮춰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제언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발표한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설계'에서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실효적 보호를 제공하려면, 플랫폼의 노동수요 독점력을 낮추거나 그 남용을 억제한다는 목표하에 유연하고 통합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DI는 대표적 플랫폼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 대한 조사 및 설문조사를 통해 플랫폼 종사자인 배달 라이더들의 근무 여건과 상황을 분석했다.

지난 1년간 배달 라이더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사용 플랫폼을 바꾸지 않은 '비이동자'는 39.8%로 나타났다.

2개 이상의 배달 앱을 동시에 이용한 '멀티호밍'은 전체의 46.5%, 하나의 앱만 사용하다 바꾼 '싱글호밍'은 13.7%로 각각 나타났다.

멀티호밍의 이유로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응답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싱글호밍은 '단일 플랫폼 이용 시 보너스·혜택' 때문이라는 답이 많았다.

배달 라이더의 약 71%는 자신이 일하는 형태가 '개인사업자'가 아닌 '임금 근로자'에 가깝다고 응답했다.

배달앱이 평점이나 후기와 같은 업무 수행평가 시스템을 통해 라이더의 보수 수준을 결정한다는 응답도 많았다.

KDI는 이러한 설문 결과를 토대로 라이더들이 불충분한 소득으로 인한 비자발적 참여나 단일 플랫폼 보너스 포기에 따른 전환비용으로 인해 플랫폼 간 이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배달앱들이 사후적 업무 평가나 업무 배정 알고리즘 등을 통해 라이더를 통제하는 경우가 많아 높은 노동수요 독점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DI는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노동수요 독점력을 낮추거나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종사자가 사업자인지 근로자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경우 일단 사업자로 보되, 해당 플랫폼의 수요 독점력에 따라 보호의 수준을 비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알고리즘의 투명성 규제 역시 수요 독점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DI는 아울러 종사자의 이동성이 제약되는 상황에서는 개별 플랫폼 간 경쟁력이 있더라도 노동수요 독점력이 유지될 수 있으므로 이동 제약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업자 기반의 공정거래정책만으로는 종사자 개인에 대한 보호에 한계가 있어 안전·보건 관련 규제나 재해 보상 등 기초적인 보호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