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서울대병원 등 10개 국립대병원에만 PA간호사 1020명.”
흔히 진료지원인력(PA·Physician Assistant)으로 불리는 PA간호사들은 의료기관 내에 있지만, 있지 않은 존재들이다. 의료법에도 의사, 간호사가 있을 뿐, PA간호사라는 용어는 없다. 쉽게 말해 ‘불법’이다.
의사 업무를 대신하고, 심지어 간호사가 수술까지 대신하기도 한다. 불법이 방치돼 있는 현실이다.
심지어 국내 국립대병원을 대표하는 서울대병원에서도 100명 이상의 PA간호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A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규정 등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지만, 의료계 양대 축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간에도 이견이 상당해 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까지 나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PA간호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환자 안전의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관리 및 운영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10개 국립대병원에 1000명이 넘는 PA간호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앞서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서울대병원 본원 및 분원에 근무 중인 PA간호사들이 174명(2020년 7월 기준)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2021년)에서 응답자 363명 중 수술실 125명, 응급실 6명, 중환자실 15명 등에서 PA간호사가 있었고, 의료법에서 정한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문제는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PA에 대한 관리 규정 마련은 물론 체계적인 교육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간 이견이 크다. 의사협회는 PA간호사 활동을 의료법 위반으로 보고, 이를 제도화 하는 데 반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의료 질 하락, 의료사고 관련 법적 문제 발생, 전공의 수련 교육 질 하락, 의료인 면허체계 혼란, 의사 고용 불안으로 인한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 등이 이유다.
이와 반대로 병원경영자들의 모임인 병원협회는 전공의 부족 등을 이유로 PA간호사 활용에 찬성한다. 세부적으로 기피 전공과 인력난 해소, 의료기관 경영상 고려, 의사 업무 경감, PA간호사의 법적 불안 상태 해소 등을 들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환자 안전의 관점에서 PA간호사 관리·운영체계 확립 및 업무 범위 명확화 등 합리적인 운영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입법조사처는 “현행 의료법 관련 규정에 근거해 병원마다 PA간호사 관리 및 운영체계를 마련하고,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실행해야 한다”며 “의사 등의 업무가 PA간호사에게 어디까지 위임가능한지에 대한 위임과 자기책임 규정을 하위법령에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