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부채축소에 부동산기업 자금경색 심화
시장 “신용리스크 가능성 낮아...경기침체 우려”
중국 경제를 견인하며 버팀목 역할을 했던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부동산발 경제 위기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발 금융 리스크의 전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는 하지만, 가뜩이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의 실물경기를 더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발 부동산 시장 리스크에 따른 위안화 약세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동산으로 키운 中 경제, 부동산에 발목= 중국 경제가 2000년대 초반 10%대 고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데에는 부동산 경기 부양이 한 몫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관련 활동 비중은 28.7%에 달한다. 이는 미국(17.1%)과 우리나라(14.6%)보다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중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부동산발 위기는 과도한 부채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비금융기업 부채는 GDP 대비 158.3%를 기록하면서 선진국(91.4%)과 신흥국(106.7%)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과도한 부채에 대한 우려감에 중국 정부가 2015년부터 지방정부융자기구(LGFV)의 부채 전환, 그림자금융 규제, 부동산 개발업체 레버리지 규제 등을 통해 부채 축소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로 부동산 개발 기업의 차입 환경이 악화돼 건설이 중단되고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지는 등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100대 부동산개발업체 주택판매실적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대비 6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에 따라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부채를 통해 자산을 급격히 늘렸는데 이게 화(禍)를 불러 오고 있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20일 발간한 ‘중국 부동산시장 전망 및 리스크 평가’ 보고서를 보더라도 중국의 1년내 회사채 만기 도래분의 약 45%가 부동산 관련 업종이다. 대규모 부동산 부양에 따른 빚 청구서가 중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는 얘기다.
▶신용리스크보다 ‘경기 침체’가 문제...한국 직접 영향권=다만, 시장에선 이번 위기가 중국발 금융 리스크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리먼사태와 달리 중국 금융시스템은 중앙집권적인 통제가 이뤄지고 있어 금융 발전 수준이 높지 않고, 부동산 가격도 급격히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또 중국 정부가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지방정부 부채 매각을 추진하고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미시적인 유동성 지원에 나서고 있어 사태 수습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기봉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디폴트 연쇄 확산을 막기 위해 개발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이나 부실 기업 인수합병 정도는 나설 것”이라며 “대규모 부양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중국 정부도 부동산 과열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약간의 수요 진작에 나설 것 같다”며 “정부 정책이 2개월에서 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효과를 발휘하면서 올해 말 즈음에는 부동산 위기가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얼마 전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이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해 빠른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지방정부가 부채를 다 떠안을 경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정부가 구제할 경우에도 도덕적 해이 문제나 문제 재발 가능성이 있어 고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의 부동산 시장 위기는 가뜩이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국 경제를 더 끌어내릴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은 최근 소비, 투자, 생산 등 모든 지표 증가세가 둔화되고 수출입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부진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선분양제’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소비자들은 주택을 미리 분양받고 건설사·시공사의 준공을 대기한 뒤 입주하는데, 최근 건설 중단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상환 보이콧 등 소비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에서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나 은행 신탁 미상환은 굉장히 큰 일”이라며 “금융기관도 연결돼 있어 주택 분양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집을 들어갈지 말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래 소득과 고용 상황에 대한 불안도 겹쳐지면서 다른 소비를 늘릴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분기 중국 GDP 성장률은 6.3%로 시장 전망치인 7% 초반에 미치지 못했다.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0.3%로 29개월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당초 예상됐던 리오프닝(경재 활동 재개)가 아닌 더블딥(double dip·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중국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6.4%에서 최근 4.8%로 내렸다. 바클레이즈 또한 4.9%에서 4.5%로 낮춰 잡았다. 일본 미즈호은행도 5.5%에서 5.0%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강화하면서 올해 목표치인 5% 내외 성장은 가능하겠지만 대내외 수요 부진으로 경기하방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우리나라도 대중국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원화 가치 동반 하락세가 나타나는 등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악의 경우 중국이 달러 등 대외 자산을 매각해 국내 증시·채권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도 이를 감안해 5차례 연속 금리 동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현재 3.50% 수준인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문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