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해 K-증시에 불었던 ‘2차전지주(株)’ 투자 붐의 대표 종목 중 하나인 포스코홀딩스가 국내를 넘어 바다 건너 미국 증시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올 들어서만 주가가 2배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의 주가 상승률은 미국 뉴욕증시(NYSE)·나스닥(NASDAQ)에 상장된 국내 기업 종목 11개 중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본업인 ‘철강’ 부문의 업황 회복세를 바탕으로 ‘2차전지’ 종합기업으로 시장의 재평가를 받은 결과다.
포스코홀딩스 ADR, 올해만 99.87% 상승
16일 헤럴드경제는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베스팅닷컴 등을 통해 미국 증시 상장 한국 기업 11개 종목의 올해(1월 3일~8월 14일, 현지시간) 상승률에 대해 분석했다.
전체 종목 중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99.87%(53.44→106.81달러)가 오른 포스코홀딩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였다.
일종의 ‘우회 상장’인 ADR은 미국 은행이 국내 기업으로부터 예탁 받은 증권을 담보로 또 다른 주식을 발행한 것으로, 주식 거래 방식과 주가 평가 방법에 따른 수익률 계산 역시 직접 상장인 기업공개(IPO)와 다르지 않다. 쉽게 말해 상장 방식만 다를 뿐 똑같이 거래되는 주식이란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포스코홀딩스 ▷한국전력 ▷SK텔레콤 ▷KT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LG디스플레이 ▷그라비티 ▷더블다운인터액티브 등 10개 종목이 ADR 형식으로 상장했으며, 쿠팡만이 유일한 IPO 상장 기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ADR의 특성상 미 상장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국내 주식 시장에서 포스코홀딩스가 거둔 성과(+108.68%, 1월 2일~8월 14일 종가 기준)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2차전지 밸류체인 구축 완성 단계에 접어든 포스코 그룹의 지주사란 점이 미국 증시 투자자의 투심까지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포스코홀딩스 ADR의 급등으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단짝인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 10년간 포스코홀딩스 ADR에 장기 투자했다 손절했던 사실이 재조명 받는다. 금융통계 사이트 웨일즈위즈덤에 따르면 멍거가 운영하는 데일리저널은 지난 2013년 4분기 매수 후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홀딩스 ADR 잔여분 전량(9745주·주당 76달러에 매수)을 지난해 4분기 주당 약 49달러에 매도했다. 10년간의 기다림 끝에 결국 손절로 마무리했지만 공교롭게도 멍거가 매도한 이후 포스코홀딩스 ADR 주가는 2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전문가 76% “매수·비중확대” vs “전 세계 최고가 리튬 주식”
주목할 점은 다수의 월가(街) 애널리스트들도 포스코홀딩스 ADR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란 점이다. 올 들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6.5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17.40%), 나스닥 지수(32.75%) 등 미 증시 주요 지수들과 비교했을 때도 포스코홀딩스 주가의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WSJ이 집계한 포스코홀딩스 ADR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33.82달러다. 현재 주가 대비 25.29%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셈이다.
포스코홀딩스 ADR에 대해 분석한 21명의 애널리스트 중 13명이 매수(BUY), 3명이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내놓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비중유지(HOLD)와 매도(SELL) 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는 각각 2명, 3명에 불과했다.
다만, 일각에서 주가 급등 탓에 포스코홀딩스가 ‘고평가’된 주식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국내 상장 포스코홀딩스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포스코홀딩스 주가가 향후 15일 안에 하락할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리튬 주식 중 하나”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 주가와 연계성이 높은 ADR의 특성상 코스피 시장에서 포스코홀딩스 주가가 하락할 경우 미국에 상장된 포스코홀딩스 ADR의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위 72.42%↑ 그라비티…3위 29.42%↑ 쿠팡
미 증시 상장 국내 기업 종목 중 포스코홀딩스에 이어 상승률 2위를 차지한 곳은 59.15%가 상승한 그라비티다. ‘라그나로크’ 지적재산권(IP)으로 유명한 게임사 그라비티는 나스닥 거래소 ‘2부 리그’ 격인 ‘나스닥 글로벌 마켓’에 ADR 형태로 상장했다.
그라비티 주가의 강세 요인은 올해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5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나 성장하며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 역시 2389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48%나 커졌다.
상승률 3위 자리엔 올 들어 주가가 26.88% 상승한 쿠팡이 이름을 올렸다. 쿠팡은 ‘실적 모멘텀’을 바탕으로 지난 1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주가로 19.31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한 58억4000만달러(약 7조7736억원)로 월가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았다. 영업이익 역시 1억4800만달러(약 1970억원)로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의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쿠팡은 신사업에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기대 이상의 매출액과 수익성 실현, 신사업 성장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쿠팡의 가치는 우상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쿠팡의 연간 흑자 기대감 커지는 가운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60여개 투자은행(IB)이 올해 2분기에 쿠팡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뉴욕주 공무원퇴직연금 등도 순매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더블다운인터액티브(+5.26%), LG디스플레이(1.81%) 등의 주가가 ‘플러스’ 변동률을 기록했고, KB금융(-1.57%), SK텔레콤(-5.72%), 신한지주(-5.79%), 우리금융지주(-7.40%), KT(-7.97%), 한국전력(-11.34%) 등의 미 상장 주식은 뒷걸음질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