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판문점을 견학하다 북한으로 넘어간 미국인은 현역 미군 병사로, 한국에서 폭행 혐의로 체포돼 한국 감옥에서 복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월북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추가 징계를 위해 미국으로 송환을 앞두고 있었던 만큼 감옥행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 미국 매체들은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 이날 공동경비구역(JSA)를 둘러보다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인물은 트래비스 킹이라는 이등병이라고 보도했다.
20대 초반인 트래비스는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가 최근 한국 감옥에서 풀려났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는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텍사스주 포트블리스로 이송될 예정이었으며 공항까지 호송됐다. 다만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갑자기 JSA를 간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래비스와 함께 JSA를 견한하던 한 목격자는 “트래비스가 갑자기 크게 웃더니 건물 사이로 뛰어갔다”고 전했다.
투어 가이드들이 그를 뒤쫓았으나 놓쳤고, 트래비스는 곧 북한 병사들에 의해 구금됐다.
주한미군 공보실장인 아이작 테일러 대령은 트래비스가 고의로, 허가 없이 북한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트래비스 이전에도 다양한 이유로 미군이 월북한 사례가 있다.
미 국방부는 1962~1982년 사이 모두 6명의 주한미군이 월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로버트 젠킨스 하사다. 그는 1965년 주한미군으로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하다 베트남전쟁 파병을 피할 목적으로 월북했다.
북한의 반미 선전에 이용된 젠킨스는 1980년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 소가 히토미와 결혼해 두 딸을 뒀다. 북한은 젠킨스가 먼저 귀국한 아내를 따라 2004년 일본으로 가도록 허용했다. 39년만에 북한을 떠난 그는 미군 군법회의에서 금고 30일 판결을 받았다. 이후 아내 고향인 일본 니가타현에서 살다가 2017년 77세로 숨졌다.
1982년에는 미육군 2사단 소속 조셉 화이트 일병이 새벽 근무 교대 직후 M16 소총을 들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당시 주한미군사령부는 화이트의 소지품에서 다량의 북한 선전 책자와 신문 기사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화이트는 월북 3년 뒤 청천강에서 수영하다 익사했다고 북한 당국이 가족에게 국제 서한을 발송해 사망 사실을 통보했다.
여행 등의 목적으로 북한에 입국했다가 억류된 미국 국적 민간인들도 있다.
2012년 11월에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는 북한에 입국했다가 억류된 뒤 2013년 4월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를 이유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2014년 4월에 입국한 캘리포니아 출신인 매슈 밀러도 같은 죄목으로 6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이 두 미국인은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당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미국으로 데려왔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인 2013년 12월 메릴 뉴먼을 추방 형식으로 풀어줬고, 2014년 10월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을 조건 없이 석방했다.
앞서 2009년 8월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해 중국계 미국인 로라 링, 한국계 미국인 유나 리 등 여기자 2명을 전세기에 태워 돌아오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은 자국민이 부당하게 억류된 경우 북한과 고위급 협상을 통해 해결한 경우가 많았지만 비극적으로 끝난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대학생 오토 웜비어는 2016년 1월 단체 관광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가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17개월간 억류됐다.
2017년 6월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의료진을 태운 항공편으로 평양을 방문해 웜비어를 데리고 왔지만, 혼수상태로 석방된 웜비어는 귀환 엿새 만에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