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촬영비에 40만원 원본 '끼워팔기' 만연
드레스 피팅 돕는 '헬퍼' 비용은 필수 추가금
참석 부탁하는 청첩장 모임도 몇 십만원 훌쩍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지난 6월 결혼한 전모(29)씨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중 스튜디오 웨딩 촬영을 과감히 포기했다. 원본을 구매하려면 3~40만원에 해당하는 구매비용을 필수로 지불한다는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모씨는 “내 돈 내고 촬영하는데 이런 악습을 강요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며 “스튜디오 촬영을 야외 스냅 촬영으로 바꾸면서 약 150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결혼을 준비 과정에서 세분화된 추가금 부담으로 신랑신부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웨딩 사진을 촬영하면 원본을 무조건 구매해야 하는 끼워팔기가 대표적이다. 드레스를 입을 때마다 무조건 지불해야 하는 헬퍼 비용도 필수 추가비다. 주변 지인에게 청첩장을 주면서 참석을 부탁하는 청첩장 모임도 보이지 않는 추가금이다.
가장 흔한 관행이 스튜디오 웨딩 촬영 원본 끼워팔기다. 올해 7월 결혼 예정인 김모(30)씨는 “원본, 보정본 사는 비용 45만원은 필수고, 선택한 사진이 20장이 넘어가면 장당 3만3000원 추가금액을 부담해야 했다”며 “끼워팔기인줄 알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구매했다”고 했다. 올해 6월 결혼한 송모(32)씨는 “웨딩사진 앨범 한 장이 늘어날 때마다 추가금이 붙었다”며 “그래도 평생 한 번 만드는 결혼 앨범이라 추가 앨범 비용도 감수했다"고 했다.
드레스를 입을 때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주는 일명 '헬퍼' 고용비도 필수 추가금이다. 통상 드레스숍 소속이지만 프리랜서로 고용된 형태이기 때문에 인건비는 신랑신부가 부담해야 한다. 올해 4월 결혼한 이모(31)씨는 “스튜디오 웨딩 촬영 4시간에 헬퍼 비용은 20만원, 결혼식 30분에 헬퍼 비용은 15만원이었다”며 “촬영을 마친 후 헬퍼를 드레스샵으로 모셔다 드렸는데, 직접 모셔다 드릴 수 없으면 택시비를 지급하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주변 지인에게 밥을 사면서 청첩장을 돌리는 ‘청첩장 모임’도 신랑신부에겐 짐이다. 결혼식에 정중히 초대한다는 의미이긴 하지만, 가격대가 저렴한 식당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청첩장 모임에 소요되는 비용도 상당하다. 내년 4월 결혼 예정인 이모(27)씨는 “요즘 청첩장 모임은 안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분위기”라면서 “청첩장 모임을 안하면 결혼식을 오지 않겠다는 분들도 많아 안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결혼을 진행하면서 추가되는 비용은 합리적인 소비를 어렵게 만든다. 올해 12월 결혼예정인 장모(34)씨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가격이 하나도 없었다”며 “이런저런 추가금에 2000만원으로 잡은 예산을 500만원 이상 넘겼다”고 토로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 결혼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자금을 제외한 결혼 비용은 평균 5073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과 예식홀 비용은 평균 1390만원으로, 약 27%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집값 등 새로운 가정 형성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건전한 가정을 꾸려나가자는 관점에서 구조화된 업계 관행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