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고’ 2600피에도 내 주식만 안 오르는 불편한 진실…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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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년 만에 코스피 지수가 2,600 고지에 올라섰지만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주가 상승을 제대로 체감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주요 반도체주(株)를 비롯한 특정 섹터 대형주만 주가가 크게 오르는 ‘쏠림 현상’이 심화된 탓이다.

코스피 지수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이 전체 코스피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2% 선을 넘어서며 2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수 대형주에 투자한 사람들만 돈을 벌고, 대다수 중·소형주에 투자한 사람들은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양극화’가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 시총 상위 30개 종목 비중 62.01%…2년 만에 최고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54% 상승한 2,615.41로 마감했다. 지난 2일 2,601.36으로 올 들어 처음 2,600 돌파에 성공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연중 코스피 지수 최고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는 작년 6월 9일(2,625.44포인트) 이후 2,600선 아래로 내려온 이후 수차례 돌파를 시도했지만 2,600선을 뚫는 데는 실패해왔다.

코스피 지수의 오름세가 뚜렷해질수록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의 격차는 뚜렷하게 벌어지는 모양새다.

코스피 내 시총 상위 30개 종목이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달 31일 기준 62.0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5월 6일(62.14%)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59.21%)과 비교했을 때 2.80%포인트 높고, 1년 전(58.49%)과 비교했을 때는 3.52%포인트 더 올라간 수준이다. 코스피 대형주의 주가 상승 속도가 중·소형주를 압도했다는 뜻이다.

‘연중 최고’ 2600피에도 내 주식만 안 오르는 불편한 진실…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투자360]

코스피 대형주 5.23% 오를 때 중·소형주 1%대 상승에 그쳐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의 ‘양극화’는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더 명확하게 나타난다.

코스피 시총 100위권 내 기업을 추린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최근 한 달(5월 4일~6월 5일) 5.23% 상승했다. 그에 비해 ‘코스피 중형주(100~300위)’ 지수와 ‘코스피 소형주(300위 이하)’ 지수는 각각 1.16%·1.77%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전체 코스피 지수 상승률이 4.56%인 것을 감안하면 대형주 강세, 중·소형주 약세 현상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최근 한 달간 상승한 종목수를 살펴봐도 이 같은 경향은 뚜렷하다.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에선 80%(8개)의 주가가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 시총 50위권, 코스피 전체(949개) 종목으로 범위를 넓혀가면 그 비율은 76%(38개), 58.8%(558개)로 점차 낮아진다.

이 같은 대형주 쏠림 현상은 최근 코스피 지수를 비롯한 국내 증시 방향성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강도 높은 순매수세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4조7805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87.61%가 삼성전자(2조5824억원), SK하이닉스(1조6058억원)에 쏠려있다. 이 밖에도 외국인 투자자는 LG전자(시총 15위·2057억원), 현대차(7위·1864억원), 삼성SDI(6위·1756억원), 네이버(9위·1698억원), LG에너지솔루션(2위·1485억원) 등 대형주에 대한 강력 매수세로 코스피 지수 상승장을 이끌었다.

글로벌 1·2위 美·日 증시도 대형주 쏠림 심화

대형주 쏠림 현상은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 1·2위 규모 증시인 미국,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대형주 중심의 러셀1000지수와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 간 격차가 1997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형주 상승세는 애플,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 엔비디아 등 빅테크주가 주도했는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러셀10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달 26일 기준 약 13%로 해당 데이터가 만들어진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증시에서도 반도체, 종합상사 등 대형주 주가가 크게 올랐다. 대형주를 모은 닛케이225 중에서도 소니그룹(33.2%), 도쿄일렉트론(51.5%), 미쓰비시상사(33.7%) 등의 상승률은 전체 지수 상승률 18.5%를 크게 웃돌았다.

대형주→중·소형주 ‘상승장 낙수효과’ 글쎄

최근 국내 증시의 대형주 쏠림 현상을 두고 증권가에선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세 상승장이 될 경우 대형주가 먼저 오를 것이란 전망에 대형주에 대한 적극 매입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초 2차전지 소재주와 로봇·AI 관련주 등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던 상황이 이례적이었으며, 대형주 중심의 투자 성향을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증시의 방향성이 정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년 전과 현재 시점의 ‘쏠림 현상’이 수치상으론 비슷한 양상이지만, 내용을 살펴봤을 때는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5월 대형주 쏠림 현상은 개인 투자자의 초강력 투심이 주도했던 반면, 이번 장세는 ‘장투(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외국인 투자자가 이끌고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며 한미 금리차 추가 확대 리스크가 감소하는데다 환율 리스크까지 사그라드는 등 매크로적 투자 환경 개선까지 이어지며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의 대형주 쏠림 현상이 하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대형주 상승세가 증시 전반으로 퍼지는 ‘낙수효과’가 기대한 만큼 나타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주가는 오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악화된 실적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들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의 강력한 투심을 이어가는데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