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매카시 1시간 회동…“훌륭하고 생산적 회의”
백악관 보좌진과 매카시 측 직접 협상 합의
바이든, G7 정상회의에만 참석 후 협상 복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부채한도 상향을 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타협을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이후 파푸아뉴기니와 호주 방문을 취소하며 협상 의지를 다졌다.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매카시 의장을 비롯해 의회 양당 지도자들을 백악관에서 만나 1시간 가량 부채 한도 상향을 위한 논의를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동 이후 “우리는 미국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의회 지도부와 훌륭하고 생산적인 회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과정에서 “양측이 선의로 협상하고 누구도 원하는 것을 다 갖지는 못한다는 점을 인식하면 예산에 대한 책임있는 초당적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카시 의장은 기자들에게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게 가능하다”며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전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 “(대화가) 좋았고 생산적이었다”며 “우리 모두는 디폴트가 끔찍한 선택지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매카시 의장의 협상 타결 가능성 발언에 대해 “불과 몇 시간 전 회담 상태를 한탄한 것과 비교하면 어조가 현저하게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부채한도 협상 창구를 보다 간소화하기로 합의했다. 백악관의 샬란다 영 관리예산국 국장과 스티븐 리셰티 선임 고문이 매카시 의장의 최고 참모 격인 개럿 그레이브스 하원의원과 직접 협상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매카시 의장은 “협상의 구조가 개선됐으며 이제 (협상 기한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양측은 50억~60억달러(6조7000억~8조500억원) 상당의 미사용 코로나 재난 대응 회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화당은 푸드 스탬프와 같은 사회 안전망 프로그램에 대한 근로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하원에서 공화당이 통과시킨 예산 관련 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어느 정도 개방된 태도를 취했지만 민주당 내 진보파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평가다.
민주당의 존 페터만 상원의원은 “나는 사람들을 핀곤으로 몰아 넣는 부채 한도 제안을 양심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이미 ‘보충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을 농업 법안에서 초당적인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이 탄력을 받는다고 판단한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지도자들과 최종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아시아 순방 일정을 단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G7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파푸아뉴기니와 호주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정상회의에만 참석하기로 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78차례 그랬던 것처럼 양당 의원들이 디폴트를 막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우리는 대통령의 책상에 도달할 예산 합의를 위해 의회 지도부와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 안팎에서는 디폴트를 막기 위한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 정부가 이미 부채한도를 채운 상태로 다음 달 1일까지 한도를 올리지 않으면 공무원 월급과 사회보장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국채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는 경제적 재앙을 맞을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와 제임스 골먼 모건스탠리 회장, 알베르트 부를라 화이자 회장 등 140명의 기업 최고 임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재앙적인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