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미국 대형 로펌이 일과 삶의 균형이 부족하고 개인 윤리에 위배되는 업무 지시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20대 젊은 변호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1995년 이후 태어났으며 상위 100개 로스쿨에 재학 중인 법학생 또는 이제 막 법률 경력을 쌓기 시작한 젊은 로펌 소속 변호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중 40% 미만이 미국 200대 로펌 중 한 곳에 입사하고 싶다고 답했다. 3년 전 동일한 설문조사에서는 이 수치가 60%에 육박했다.
설문조사 기관인 메이저 린제이 앤 아프리카(Major, Lindsey & Africa)는 “이 결과는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가 유연한 근무 형태에 매우 높은 가치를 두고 있으며, 이 추세는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Z세대 응답자들은 공정함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성 로펌을 기피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자신의 관심사·장기 목표와 맞지 않는다”거나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다” 등의 업무 방식을 자주 언급했다.
또한 응답자의 거의 80%가 로펌 업계에 ‘성차별적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65%는 입사 지원 시 해당 로펌의 인종, 민족, 성별이 얼마나 다양한지 고려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로펌업계 분석기관 레오파드 솔루션에 따르면 미국 대형 로펌의 여성 임원 비율은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파트너 변호사 중 여성 비율은 27%에 불과해 2021년 이후 단 1% 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소속 변호사와 사무직원 수를 고려해도 여성 인력은 39%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한편, Z세대 응답자들 절반 이상이 향후 사내 변호사, 정부 또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저 린제이 앤 아프리카는 이러한 응답이 “Z세대가 현재 로펌에서 종사하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 사회 정의와 이타주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집단임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매출 기준 세계 최대 로펌 중 하나인 DLA 파이퍼의 글로벌 공동 회장인 프랭크 라이언은 이 결과가 충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미국에 존재하는 정치적 불안, 사회적 불안, 경제적 역풍, 소득 격차를 보면 Z세대 변호사들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