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CPI 4%대 2년만에 최저
물가 상승세 둔화 10개월 지속
내달 금리동결 예상 90% 훌쩍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4%대로 내려가며 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9%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5%는 물론 클리브랜드 연방은행의 전망치 5.19%를 모두 하회하는 것이다.
CPI가 2년 만에 5% 아래로 내려가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6월 9%를 넘어선 이후 10개월 연속 둔화세를 이어갔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라 지난 3월(0.1%)보다 상승률이 확대됐다. 다만 시장 전망치와는 일치했다. 에너지 물가가 뛴 것이 원인이다.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이어가면서 시장은 안심했다. 뉴욕증시에서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가 올랐고 미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리즈 영 소파이 투자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CPI가 마침내 5% 아래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호의적”이라며 “특히 서비스 부문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퀸시 크로스비 LPL파이낸셜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연준이 원하는 것보단 느리지만 긴축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자연스레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날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이후 연준이 다음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0%를 훌쩍 뛰어 넘었다. 일주일 전 70% 중반대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은 충분히 경기가 둔화됐는지 따져보기 전에 6월 혹은 7월 FOMC 때 금리인상에서 벗어나 휴가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디스인플레이션 기조가 확연하다고 해도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이 목표치를 상향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임금과 관련된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여전한데다 5월까지 근원 재화 물가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준이 쉽사리 긴축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이란 주장도 강하다. 금리인하 가능성은 오히려 일주일 전 6.6%에서 이날 0%로 아예 쏙 들어갔다.
이날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으며 일시적 가격변동 요인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킨 총재는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올해 FOMC 투표권을 갖고 있다.
CIBC자산관리의 데이비드 도나베디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것은 단지 예측일뿐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며 “만약 오늘 경제 및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사진으로 찍어 그것을 유일한 지침으로 사용한다면 올해 금리 인하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