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듣기만 해도 아찔한 경쟁률 3만6000대 1. 지난 2008년 러시아 가가린 우주비행사 센터에서 훈련을 받던 고산 대표(48)는 이를 극복하고도 우주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의 자리는 이소연 박사가 대신했다.
한국 첫 우주비행사의 자리를 놓친 그의 이후 인생은 어땠을까. 고 대표는 실리콘벨리로 가 창업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그러면서 2010년 하버드 캐네디스쿨로 유학을 떠난 뒤 1년 만에 귀국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건 바로 스타트업 창업이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스타트업과 제조업체를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까지 왔다.
귀국한 고 대표는 2014년 스타트업 에이팀벤처스를 창업했다. 사업 초기 그는 3D 프린터 제작에 집중했다. 하지만 시제품 제작부터 양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과정에서 에이팀벤처스는 제조업체가 생산한 부품을 스타트업에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는데, 어려움이 컸다. 스타트업의 모든 수요에 대응하기 힘들었고, 비용도 상당했다. 이 경험이 바로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고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스타트업과 제조사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2020년 9월 캐파 플랫폼을 출시했다. 캐파 플랫폼은 스타트업과 제조업체를 연결해 주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도면 등 제작 관련 정보를 올리면 제조업체가 가격을 제시하고, 양측의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 제품을 생산 하는 식이다.
고 대표는 “제조업에 IT를 도입해 전통적인 제조 산업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 스타트업”이라고 새로운 에이팀벤처스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에는 캐파 플랫폼에 에스크로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했다. 에스크로 결제 시스템이란 스타트업이 지불한 결제대금을 캐파 계좌에 보관 후, 완성된 제품을 받아본 후에 제조업체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에는 스타트업이 대금을 미리 지급하면 제조업체가 내놓은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환불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 고 대표는 “캐파 결제 도입 등을 통해 온라인 제조 플랫폼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팀벤처스를 통해 생산된 제품들이 주요 기업에 공급되면서 고 대표의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레시피에 따라 소스를 제조, 배분하는 소스 로봇을 개발한 에니아이는 롯데리아에 해당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실험실 자동화 로봇을 제작한 에이블랩스는 국내 로봇 최초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현장에 도입됐다.
현재 에이팀벤처스에는 스타트업 등 약 1만개와 제조업체 2200곳이 참여 중이다. 지난 2017년 알토스벤처스로부터 최초 투자 받은 이래 지난달 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등 누적 투자금은 140억원에 달한다.
제조업 생태계를 바꾸는 것이 꿈이라는 고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파트너들을 모으고, 오프라인에 익숙한 잠재고객들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여 온라인 제조를 인터넷 쇼핑처럼 쉽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