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저 코 안 골아요!” 이 베개 써보곤 얼굴이 빨개졌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이게 정말 내 코골이 소리라고?”

코골이를 하느냐고 물으면 성질까지 낸다. 날 어떻게 보느냐는 듯. 하지만 코골이의 가장 큰 허점은 “나만 모른다”는 데에 있다.

심지어 난 괴롭지도 않다. 괴로움은 모두 부모, 아이, 연인, 남편, 아내의 몫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극심한 고통을 주는, 그래서 코골이는 참 못됐다.

중년 남성만 코를 곤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젊은 여성도 많이 곤다. 본인이 모를 뿐이다. 그래서 텐마인즈의 모션필로우는 획기적이다. 코를 골면 인공지능(AI)이 반응, 베개가 스스로 움직여 코골이를 없애준다. 그리고 잠에서 깨 본인의 코골이를 소리부터 시간까지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어머 저 코 안 골아요!” 이 베개 써보곤 얼굴이 빨개졌다
장승웅 텐마인즈 대표[텐마인즈 제공]

장승웅 텐마인즈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모션필로우로 확인된 각종 코골이 소리를 들려줬다.

“기기기긱”, “드러럴럴”. 글로는 형용하기 불가능한 소리들이다. 전기톱 같기도 하고, 또 어떤 코골이는 스포츠카 엔진음이 연상됐다.

장 대표는 “사실 미혼인 젊은 남녀도 (코골이로) 병원 상담을 많이 받는다. 특히 결혼을 앞두고 코를 골까봐 상담하는 예비신랑·신부가 많다”고 귀띔했다.

모션필로우는 에어백 4개와 AI 시스템, 코콜이 소리 수신 센서, 수면 데이터 관리 앱 등으로 구성됐다. 코골이 소리를 감지하면, AI가 머리 위치 등을 파악해 에어백을 작동한다. 이를 통해 기도를 확장, 코골이를 감소시킨다. 이후 전용 앱을 통해 코골이 시간이나 수면시간, 코골이 소리 등을 체크할 수 있다.

“어머 저 코 안 골아요!” 이 베개 써보곤 얼굴이 빨개졌다
텐마인즈 모션필로우 [텐마인즈 홈페이지]

장 대표 본인은 어떨까? 그 역시 코를 곤다. 사실 그는 아이 5명의 다둥이 아빠다. 장 대표는 “모션필로우 안 쓴 날엔 아이가 막 깨운다. 가족 반응에서 모션필로우 효과를 체감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로 50살인 장 대표, 그가 처음부터 슬립테크에 관심을 뒀던 건 아니다. 처음 창업에 뛰어든 건 25살 때. 군 제대 후 일주일 만이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청년 창업이 활발했던 때도 아녔다. 제대 후 일주일 만에 창업에 뛰어든 계기를 물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한마디 했다. “집안이 어려워서.”

거창한 꿈이나 계획이 아닌, 그야말로 먹고살고자 시작했다. 자금도 없으니 그냥 발로 뛰었다. 업소에 3만원씩 받고 할인 혜택을 주는 맴버십 카드 사업을 했다. 쉬울 리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한테 3만원 달라고 하는 셈이었죠.”

그러다가 대학교 총학생회를 찾아갔다. 이 가맹점 모델을 대학가로 한정해 시도해본다. 총학생회를 설득해 네트워크 기반을 다졌다. 그는 “사무실도 없으니 집 마루에서 일을 다 했다”고 회상했다. 이 사업으로 처음 사무실을 마련하게 된다.

또 하나 분기점은 바로 PC방. 처음 PC방이 생길 때 손님이 몇시간이나 이용했는지 관리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걸 발견했다. 개발자를 뽑아 이를 개발했다.

반응이 좋자 신문광고도 했다. 그런데 이 광고를 보곤 주한미군과 미국 통신사 AT&T로부터 연락이 왔다. “미군이 본토에 있는 가족들과 전화할 때 쓰는 카드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는 것. 그렇게 사세를 키웠다.

가맹점 사업, 소프트웨어, 안마기, 그리고 모션필로우까지. 그는 창업 경험을 회상하며 “계획하거나 의도한대로 간 게 아니다. 다만 그 시대의 화두를 잘 가져간 게 비결”이라고 전했다.

“어머 저 코 안 골아요!” 이 베개 써보곤 얼굴이 빨개졌다
배우 성동일이 출연한 광고 캡쳐 [텐마인즈 홈페이지]

모션필로우는 3차례에 걸쳐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최근엔 배우 성동일이 출연한 광고도 선보였다. 많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이다. 그럼에도 텐마인즈엔 작지만 의미있는 제도가 많다.

5년 전부터 전 직원이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월요일은 30분 일찍 퇴근한다. 회사엔 ‘텐텐슈퍼’란 이름의 슈퍼마켓이 있다. 각종 냉동식품부터 라면, 과자, 음료수 등이 꽉 차 있다. 직원 모두에 공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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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마인즈 사옥에 위치한 직원 전용 무료 슈퍼마켓. 김상수 기자

경리단길에 위치한 사옥 지하엔 콘서트홀을 만들었다. 직원 복지 행사는 물론, 지역 주민이나 공연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공유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바로 사옥 1~2층. 사옥 1층엔 치킨, 피자 가게가 있다. 청년들에게 무상 임대한 공간이다. 2층 카페는 장애인을 위해 내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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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리단길에 위치한 텐마인즈 사옥. 1, 2층 공간을 청년 등에게 무상 임대하고 있다. 김상수 기자

임대료도 안 받고, 심지어 인테리어도 텐마인즈가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핫플레이스’인 경리단길 임대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러는 이유가 뭘까? 장 대표는 “지역 사회, 주변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사옥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장 대표 본인이 맨손으로 어렵게 창업했던 시절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본인이 일어서려는 의지가 있는 분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이들 청년이나 장애인 등은 이 곳에서 사업을 하고 성공해 나가면 또 그 공간을 물려준다.

물론, 조건도 있다. 여기서 성공하고 돈을 벌면, 본인도 사회에 기부할 것이란 협약. 이 협약서가 바로 무상임대의 조건이다.

장 대표는 “비록 중소기업이지만, 우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사회에 나누고 싶다. 그 정도 능력은 된다. 그게 기업의 의무라 여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