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운전·음주측정 거부 혐의 A씨

실제 음주운전 후 측정 거부했지만 이 부분 무죄

1심 “경찰, 관리자 명시적 동의받았다 볼 수 없어”

2심 이어 대법원 최종 확정

무면허 운전 혐의 부분만 유죄로 인정돼

대법 “관리자 동의없이 들어가 음주측정 요구…불응해도 무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앞 로비. [대법원 제공]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음주측정 요구 과정이 위법했다면 이에 불응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음주측정은 음주운전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한 수사 절차로써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수색 절차가 지켜지지 못했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다만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 혐의에 대해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 사회봉사 및 40시간 준법운전강의 수강이 확정됐다.

A씨는 운전면허가 취소돼 취득 결격기간이던 2021년 4월 충북의 한 도로에서 약 300m 구간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온 경찰관이 약 12분간 3회에 걸쳐 음주 측정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의 무면허운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 명령을 선고했다. 반면 음주측정 거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해도 경찰관들의 음주측정 요구가 위법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A씨는 운전하기 전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차를 몰고 한 마사지 업소에 들렀는데, A씨의 음주운전 정황이 112에 신고돼 경찰관들이 마사지 업소로 출동했다. 경찰관들이 A씨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증거 조사 결과 이 과정에서 마사지 업소 관리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게 1심 판단이었다.

1심은 “건물 등 출입 내지 수색에 대한 간수자 등의 동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돼야만 한다”며 “경찰공무원들이 수색하는 데 간수자 등이 단순히 침묵하거나 그에 반대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동의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업소의 관리자가 A씨가 있는 곳으로 경찰관들이 들어오는 것을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았고 들어온 이후 나가달라 요구하지 않았다”며 “A씨도 나가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지만 관리자가 경찰관들의 출입 내지 수색에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은 것 자체를 섣불리 동의 표시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2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현행범 체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요구의 적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