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회의장 질서 어지럽히는 피켓” vs 野 “태극기가 무슨 문제냐”

오후에도 회의 못하고 ‘산회’…오는 23일 北 ICBM 관련 업무보고

국방위 회의 파행…野 ‘역사 팔아 미래 못 산다’ 피켓에 與 불참 ‘맞불’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노트북에 피켓이 부착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회 국방위원회가 17일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여야 신경전 탓에 파행했다. 당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관련 국방부 현안 보고를 듣기 위해 마련된 전체회의였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굴욕외교’를 비난하자 국민의힘은 ‘전원 불참’으로 맞섰다.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태극기 아래에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노트북에 부착했다.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이어 윤 대통령이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비판하려는 의도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항의하며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인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위원장이 경고나 제재를 할 수 있다”며 “피켓 문제 때문에 여당 위원들이 입장하지 않고 있는데 여야 간사가 합의해달라”고 중재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태극기가 무슨 문제냐’고 항의했고, 한 위원장은 “그 문구가 국방위원회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과 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회의장 밖에서 이견 조율에 나섰지만, 결국 회의는 시작되지 못했다. 국방위 소속인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파행 후 기자들과 만나 피켓 시위에 대해 “이때까지 한 번도 (피켓을) 붙여놓고 회의한 적이 없다”며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국회 상임위 회의를) 이용하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도 직후 기자들에게 “종이에 그려진 것은 태극기이고 정치적 구호라고 할 수 없는, 역사적 교훈 같은 것인데 이런 것 때문에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해 아쉬운 상태”라며 “국민들께서는 한미일 문제, 한일 문제, 지소미아 문제, 북한의 군사도발 등에 대해 대단히 궁금해하고 계시기 때문에 빨리 국방위를 열어서 궁금증을 해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은 “현재 일본에 있는 윤 대통령은 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굴욕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우리 민주당 의원 일동은 이런 굴욕적인 날에 태극기의 의미, 우리나라의 자존심, 우리 선조들의 헌신을 되새기고자 태극기를 부착했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국기인 태극기에 반발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보면 내용과 형식 모두 가히 굴욕적”이라고 맹공을 펼쳤다. 그는 “차관급 인사인 다케이 슌스케 외무성 부대신이 대통령을 공항에서 맞았는데, 하야시 외무상이 직접 영접한 미국의 사례와는 달랐다”며 “또한 의장 행사에서도 대통령이 일장기에 절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태극기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강화된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며 “일본 측은 안보 3대 문서를 개정해가며 노골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방위력 증강을 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국방위원들은 이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듣고, 국민의 목소리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국방위를 개의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국방위 개의를 촉구했다.

국방위 회의 파행…野 ‘역사 팔아 미래 못 산다’ 피켓에 與 불참 ‘맞불’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회의합시다!" 피켓을 게시한 채 발언하고 있다. 이날 열릴 예정이던 전체회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 게시된 피켓 메시지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여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파행되고 있다. [연합]

국회 국방위는 이날 오후 2시에 회의를 속개했지만, 결국 회의 일정을 미루고 산회하며 예정된 업무보고를 받지 못했다. 한 위원장은 김 의원에게 “자꾸 태극기만 걸었다고 했는데 태극기 밑에 써있는 활자에 문제가 있다”며 “자꾸 그렇게 이야기하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바보가 되어버린다”고 질타했다. 국방위는 오는 23일 남은 업무보고를 받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