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국수본부장 임명 하루만에 낙마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총체적 부실 비판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대통령실을 향한 부실 검증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 출범 후 인사 실패 논란이 반복된 데다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상당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7일 대통령실은 인사 검증 시스템의 한계를 인정하며 합법적 범위 내에서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 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노출하게 된데 따른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지난해 공개한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에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관련된 민사·행정소송 등에 대한 문항이 있는데도 허위답변을 걸러내지 못하면서 검증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 변호사는 지난 24일 윤석열 정부 첫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으나, 아들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논란이 되며 임기 개시일인 26일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임명이 취소됐다. 또, 아들의 징계성 전학을 취소하기 위한 행정소송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도 불거졌다.
국수본부장 공모는 지난달 16일 마감됐으며, 이후 약 한 달여 기간 동안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1·2차 검증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경찰에서도 세평 조회 등 별도의 검증 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 법무부, 대통령실 모두 검증 과정에서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후보자 본인이 아닌 자녀에 대한 부분이다 보니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후보자가 작정하고 허위 답변을 하더라도 시스템상 이를 잡아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은 해당 학교폭력 사건이 이미 2018년 언론에 보도됐다는 지적에도 ‘익명 보도였기 때문’을 들었다.
일각에서는 검찰에 편중된 인사 라인이 부실 검증을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대통령실 내 고위공직자 인사 추천 등을 담당하는 인사기획관·인사비서관과 고위공직자 검증 등을 수행하는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모두 검찰 출신이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 역시 검사 출신으로, 당초 검사 출신을 국수본부장에 추천한데 대해 경찰 내부에서 반발이 거셌다.
윤 대통령이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진 후 즉각 조치에 나선 것은 학교폭력에 민감한 국민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해당 논란이 촉발된 후 정 변호사에 대한 임명 취소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윤 대통령은 정 변호사가 25일 사의를 표명한지 4시간 30분만에 임명을 취소했고, 대통령실은 곧바로 인사검증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련 부처에서는 학교폭력 관련 근본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학교폭력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고, 여러번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제기됐다”며 “단순한 학교폭력 사건 자체보다는 전반적인 구조, 이후 대응 등을 포함해 머지않은 시기에 종합적인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