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인플레 흐름 확인...하락 속도는 더뎌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를 이어 갔지만, 시장의 기대보다는 느리게 떨어지면서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에 갇혀 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을 확인시켜줬다며 연준 인사들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한 견해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월 CPI는 전년 대비 6.4%올라 지난해 12월 기록한 6.5%상승보다는 누그러졌다. 하지만 전달 대비로는 0.5% 올라 0.1% 상승을 기록한 지난해 12월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0.4%도 웃돈 수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음식료 가격을 제외한 1월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4% 올라 시장이 예상한 0.3% 상승을 웃돌았다. 1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로는 12월과 같았다. 전년 대비로는 5.6% 올라 시장이 예상한 5.5% 상승을 웃돌았으나 12월의 5.7% 상승보다는 낮아졌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상품 물가는 하락했다. 주거비는 상승했지만 시차를 두고 주택시장 둔화가 반영될 것이 확실시돼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반면 연준이 중시하는 서비스 물가는 상승 흐름이 지속된데다, 에너지 가격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대한 이견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여부 등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7개월 만에 상승해 불안을 더했다.

결과적으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언급한대로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은 확인됐지만 물가 하락의 속도는 기대보다 빠르지 않았다. 연준은 그간 데이터에 근거해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CPI는 어느 방향으로도 명확한 신호를 주지 않은 셈이다. 그만큼 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앞서 확인된 견조한 노동시장은 연준이 단기에 정책을 전환하진 않을 것이란 의견에 좀더 힘을 실어준다. 누빈자산운용의 브라이언 닉 수석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지난 18개월 간 시장이 연준의 발언이나 예측을 맘대로 해석하려 할 때마다 시장은 패배했고 연준은 승리했다”고 지적했다.

5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에 6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고용지표 발표 이전엔 6.9%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날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10베이시스포인트(bp) 이상 급등한 것도 긴축 장기화를 시장이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려 놓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 일은 끝나지 않았다”며 긴축 지속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