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물가상승률을 2% 목표치로 낮추기 위해 예상보다 오랜 기간 긴축 정책을 지속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6개월여 간 전월비 평균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올해 4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는 8일(현지시간) 미 아칸소주립대 영농콘퍼런스에서 “우리는 더 먼 길을 가야 한다”며 연준이 통화긴축이라는 현재의 행동 계획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행사에서 “중요한 것은 충분히 제약적인 스탠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라면서 “물가상승률을 2% 목표치로 낮추기 위해 몇 년간 제약적인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들이 나온 이후 연준의 긴축 정책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졌고, 간밤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하락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가에선 연준이 설정한 목표치인 2%대 물가가 올해 내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요 위축이 진행된 최근 6개월여 간 전월비 평균 물가상승률은 0.03%를 기록했다”며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4월 이후 물가상승률은 2%대가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3개년 전월비 평균치인 0.17%를 적용해도 금년 5월 이후 2%대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형성된다”며 “물가 상승이 본격화된 2021년의 전월비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더라도 금년 상반기 중 3%대까지는 충분히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인상 완화)’이 재화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올해 내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내년에는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다만, 정 연구원은 물가 진정세는 시장 전망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용시장 지표가 일시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며 데이터 의존적인 현재 통화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고용시장지표의 신뢰성과 해석에 따라 향후 정책 뱡향성과 경제의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며 “당장 발표된 실업률이 3%대 중반을 하회한 만큼 수치상으로 볼 때 정책 결정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당시 상황이 변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요 위축에 따른 구인 감소 등을 감안했을 때 현재 수준의 고용시장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정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고용과 물가 두 목표 중 물가는 이미 진정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지난해 당시 상황보다 완화적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확대된 상황”이라며 “여전히 의구심이 존재하는 고용시장보다는 확정적으로 진정이 예정돼 있는 물가지표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