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3년 만에 ‘리딩뱅크’ 탈환
비은행 부문 순이익 증가 요인 컸지만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 등 일회성 요인에
‘온전한 승리’ 아니라는 분석도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2년 연속 순이익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던 KB금융그룹의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본격화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양사의 이자이익이 모두 급증한 가운데, 비은행 부문에서 희비가 엇갈린 영향이다. 다만 신한금융투자의 사옥 매각 이익 등 일회성 요인이 작용한 탓에 온전한 승리로 여길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이 지난해 거둬들인 순이익은 4조6423억원으로 KB금융(4조4133억원)과 비교해 2300억원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 모두 이자이익 증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신한금융의 순이익 규모가 크게 늘며 리딩뱅크 지위를 약 3년 만에 되찾았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 증가폭은 각각 6230억원, 38억원으로 큰 차이가 벌어졌다.
은행권에서는 두 금융그룹 모두 호실적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거둔 순이익은 3조45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 증가했다. 국민은행 또한 2조996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과 비교해 15.6%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두 은행 간 순이익 격차는 490억원으로, 신한금융이 다소 높았지만 그룹 전체 이자이익은 KB금융(11조3814억원)이 신한금융(10조6757억원)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희비는 비은행 부문서 갈렸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신한카드서 전년 대비 4.7%가량 감소한 순이익(6445억원)을 거뒀지만, 나머지 주요 계열사의 전반적인 실적이 증가했다. 신한라이프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한 4636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캐피탈 또한 전년 대비 10.3% 증가한 303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무엇보다 신한금융투자의 순이익(4125억원)이 사옥 매각이익에 힘입어 크게 늘었다.
반면 KB금융의 주요 비은행 계열사는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금리 인상과 거래대금 감소 등으로 인해 증권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며 KB증권의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KB증권이 지난해 거둔 순이익은 2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급감했다. 국민카드 또한 전년 대비 9.6%가량 감소한 378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KB손해보험은 손해율 개선과 부동산 매각이익 등 영향으로 84.8%가량 증가한 5577억원의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전년 대비 25.6% 감소한 250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2022년 기준 비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지분율 감안 전 기준)은 전체의 34.9%로 지난해(42.1%)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신한금융 또한 지난해 기준 39.1%로 전년(42.4%) 대비 줄었지만, 감소폭은 KB금융에 비해 작았다. 지난해 KB금융이 비은행 부문의 실적 증가로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는데, 올해 같은 요인으로 인해 다시금 1위 자리를 내준 셈이다.
다만, 이번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자리 탈환이 ‘온전한 승리’가 아니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신한금융의 실적에는 지난해 3분기에 반영된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 이익(세전 4438억원) 등 일회성 이익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 사옥매각 이익을 제외한 신한투자증권의 지난해 순이익은 907억원으로 전년 대비 7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