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어 컬리 상장 연기…e커머스 밸류 급락

국민연금 등 FI 엑시트 위해선 올 9월 상장해야

공모주 시장 침체에도 예정대로 IPO 의지

줄줄이 상장 철회에도 제 갈 길 가야하는 11번가 왜? [투자360]

[헤럴드경제=김상훈 기자] 올해 첫 기업공개(IPO) 대어로 손꼽힌 마켓컬리가 상장 계획을 보류하면서 공모주 시장에 냉기가 돌고 있는 가운데 올해 안에 상장을 마쳐야만 하는 11번가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부터 ‘e커머스’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급락하고 있지만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한 엑시트(투자금회수) 기한이 도래하는 만큼 IPO 시장 냉각에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계획대로 밟아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주관사 선정을 마친 상태로 올 초 예비심사청구를 진행, 9월쯤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11번가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새마을금고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올해 9월 말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컬리의 상장 연기 선언은 11번가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컬리가 상장 연기를 택한 건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락한 몸값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커머스 회사들이 IPO든 추가 투자 유치 등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사실이 컬리의 상장 연기를 통해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11번가도 지난해 국민연금 등 FI에 IPO 연기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기한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11번가에 3500억원을 투자해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의 전체 출자액(5000억원)의 70%를 책임지고 있다.

더군다나 11번가는 증시 입성을 위해 기업가치를 한껏 끌어 올려야 한다. 앞선 FI들의 투자 과정에서 기업가치 2조7000억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상장 시 4조원~5조원까지도 점쳐지던 기업가치는 현재 1조원 남짓까지 내려앉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IB 업계 안팎에선 11번가가 IPO를 완료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컬리의 상장 연기 선언으로 공모주 투자자들의 e커머스 기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증시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11번가가 지분 매각이나 투자유치 등으로 돌파구를 계속 찾을 것이란 분석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배경이다. 11번가는 “지분 매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SK스퀘어가 11번가·티맵모빌리티·원스토어 등 기존에 IPO를 계획했던 계열사들의 상장이 어려워지자 이들의 지분을 파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단 11번가는 외형 성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1071억원으로 전년(-694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3분기 기준 매출액은 18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2018년 독립법인 출범 이후 가장 높은 분기 매출이다.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우주패스 멤버십 등을 포함한 ‘11번가 1.0’을 넘어 해외 직구 시장 선도 및 직매입을 통한 ‘슈팅배송’ 확대, 멤버십 등 강화를 통해 ‘11번가 2.0’ 버전을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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