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피해·화재 유발 요인 수백톤 낙엽

분류 어렵고 소각하는 비용 커 골머리

“마땅한 낙엽 재활용 방안 모색 어려워”

관광자원 재활용하거나 친환경 퇴비 가공

늦가을 ‘낙엽 처리’ 골머리 앓는 지자체
13일 서울 서빙고근린공원에서 낙엽이 쌓여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늦가을 쏟아지는 낙엽에 지방자치단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쌓인 낙엽은 침수 피해를 부르거나 화재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에 일부 지자체에선 낙엽을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하거나 친환경 퇴비로 가공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1일 서울시 각 자치구에 따르면 자치구별로 매년 쌓이는 낙엽의 양은 수백톤에 달한다. 특히 최근 해마다 생산되는 낙엽의 양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평년보다 높은 기온에 비까지 쏟아지자 낙엽으로 인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 12일 서울 지역에 3시간 내린 비에 침수 피해 신고만 200여 건이 넘게 접수됐다. 도로에 떨어진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 낙엽이 빗물에 쓸려 배수구를 틀어막자 민원을 야기한 것이다. 서울 말고도 인천시, 경기도 김포, 안양 등에 쏟아진 비로 배수구 막힘 신고가 수천 건에 달했다.

건조한 날씨에 마른 낙엽이 버려진 담배꽁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 도심에 화재를 부르기도 한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가을철 낙엽으로 인한 화재 신고가 지난해만 100여 건에 달한다”며 “지자체와 시민의 자체적인 낙엽 청소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자체에서 이같은 문제를 알지만, 낙엽 처리가 쉽지 않은데다가 소각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쓰레기가 섞이지 않은 낙엽을 분류하는 과정이 어려울 뿐 아니라 폐기하고 소각하는 과정에서 환경 공해를 일으킨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해마다 수거하는 낙엽을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하거나 친환경 퇴비로 가공해 필요한 곳에 무상 제공하는 등 활로를 찾고 있다.

서울 송파구는 해마다 가을풍경을 선사하는 울긋불긋한 단풍잎을 남이섬으로 옮겨 ‘송파 은행나무길’을 조성하고 있다. 쌓인 낙엽을 처리하는 비용이 매년 커지자 민간과 협력해 이색적인 자원재활용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송파구는 2006년부터 매년 은행잎을 모아 가을철 대표 관광지인 남이섬에 늘어선 100m 가량의 가로수 길에 뿌려서 이를 관광 자원화하는 ‘송파 은행나무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송파구 환경미화원들이 10월부터 수거한 약 20t의 은행잎을 남이섬으로 옮겨서 뿌렸다.

송파구에 따르면 낙엽 재활용을 통해 올해 낙엽 발생 예상량의 약 95%(650t)를 재활용해 약 1억여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대문구는 가을철 바닥에 떨어진 낙엽으로 구민에게 미끄럼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로변 낙엽을 제거해 시민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또 용산구와 중랑구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낙엽을 톱밥으로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 관계자는 “낙엽을 재활용하기 위해선 비용도 비용이지만, 퇴비 활용의 경우 시간이 3년 가까이 소요되고 질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며 “낙엽은 매해 늘어나지만, 자치구 입장에서 마땅한 낙엽 재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낙엽 처리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