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아트 끝물인가, 또 다른 시작인가

가상자산 추락에 성장세 차갑게 식어

오해·해킹·위조 등 우여곡절 겪었지만

상반기 거래 규모 2019년 대비 10배

고액 자산가 컬렉터들 중심 관심 여전

필연적으로 NFT 아트씬도 확대 기대

18개월간의 광풍 멈추자 비로소 보이는 ‘NFT의 진실’
NFT 아트는 디지털 작가 비플(Beeple)이 5000일동안 매일 그린 ‘매일: 처음의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가 6930만달러(약 780억원)에 글로벌 경매사 크리스티에서 낙찰되며 전세계적 광풍이 시작됐다. 사진은 비플의 ‘매일: 처음의 5000일’중 하나.
18개월간의 광풍 멈추자 비로소 보이는 ‘NFT의 진실’
비플의 ‘매일: 처음의 5000일’중 하나.
18개월간의 광풍 멈추자 비로소 보이는 ‘NFT의 진실’
비플의 ‘매일: 처음의 5000일’ [연합 AFP, 크리스티/로이터]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가 ‘아트’와 짝을 이루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반 전이다. 복제와 배포가 자유로운 디지털 기반의 예술작품은 NFT가 나오기 전에는 유통과 판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본’(originality)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반적인 예술작품의 특성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NFT는 이같은 디지털 아트도 원본을 입증할 수 있는 기술이다.

▶무명작가 비플이 쏘아올린 작은 공= NFT 아트가 급격하게 성장하게 된 건 디지털아트 작가 비플(Beeple)의 글로벌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 경매 결과 덕분이다. 지난해 3월 11일 크리스티는 비플의 ‘매일: 처음의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을 6930만달러(약 911억원)에 낙찰시키며, 비플을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톱 3에 랭크시키는데 성공했다.

NFT가 ‘요술방망이’가 되는데엔 하루 밤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 치솟는 암호화폐 가치가 더 불을 당긴 것도 있다. ‘NFT로 출시했다’는 설명이 붙으면 매진되는 것은 물론 그 가치가 몇 배로 뛰어올랐다. 원작의 가격이 1천만원 이하로 거래되는데, NFT로 출시하면 5~6천만원에도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해외작가들도 각광 받았지만 국내 작가 중에도 장콸, 김선우 등 MZ컬렉터들이 선호하는 작가는 물론 지용호, 하태임, 김정수, 우국원 등 중견작가들 작업도 NFT로 제작됐고, 성공적으로 판매 됐다.

NFT 광풍에 웃지 못할 사건들도 발생했다. 작품 소유자가 저작권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오인해, 저작권자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NFT를 발행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해킹과 위조도 있었다.

지난 1월 NFT 최대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가 75만달러(약 10억원)어치 NFT를 도난당한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NFT는 그 자체가 훼손되거나 변질될 수 없지만, 무단 복제 나 해킹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18개월간의 광풍 멈추자 비로소 보이는 ‘NFT의 진실’
영국 현대미술작가 데미안 허스트가 지난해 NFT로 제작 판매한 ‘화폐(The Currency)’를 불태우고 있다. 작가는 A4 사이즈의 회화 1만점과 그에 상응하는 1만개 NFT를 발행한 뒤, 1점당 2000달러 총 2000만 달러어치를 판매했다. 해당작품을 구매한 컬렉터는 NFT를 소장할지, 아니면 실제 원본을 소장할지 선택해야한다. 4851명은 NFT를, 5149명은 종이 원본을 선택했다. 이른바 절반의 찬성이다. 이같은 컬렉터의 움직임은 NFT에 대한 시장의 회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암호화폐시장 줄어들며 확 꺼진 NFT=폭발적 성장세를 구가하던 NFT 아트는 암호화폐시장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덩달아 줄어들기 시작했다. 구매시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프리다 칼로의 ‘불길한 유령들(Fantasmones Siniestros·1944년)’을 1만개 NFT로 만들었으나, 판매는 겨우 4개에 그쳤다. 블록체인 기술업체 ‘프리다.NFT’의 창업자 겸 CEO인 마틴 모비락은 해당 작품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 작품의 시장가격은 약 1000만달러(140억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불길한 유령들’ NFT의 개당 가격은 겨우 1만1200달러(1470만원)였다.

프리다 칼로는 대표적 예시이나, 차갑게 식어버린 시장의 현주소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NFT 거래량을 팔로우하는 논펀지블닷컴(NonFungible.com)에 따르면, NFT 플랫폼에서 판매된 NFT 아트는 2021년 하반기 24억달러(3조 1500억원)에서 2022년 상반기 6억 1000만달러(8027억원)로 쪼그라들었다.

2021년 말을 기준으로 하면 2022년 6월까지 이더리움 가격이 75%가량 하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거래규모를 따져보면 NFT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2019년 거래량(61만달러)에 비해 10배 이상 커진 상태다.

18개월간의 광풍 멈추자 비로소 보이는 ‘NFT의 진실’

▶컬렉터들의 관심은 여전=그럼에도 컬렉터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글로벌 최대 아트페어를 개최하는 아트바젤이 파트너사인 글로벌 금융사 UBS와 함께 최근 발간한 ‘글로벌 컬렉팅 조사 2022(A Survey of Global Collecting in 2022)’에 따르면 고액자산가(HNW·High Net Worth, 현금자산 100만달러 이상) 컬렉터들은 2022년 상반기 자신 컬렉션의 9%가 NFT 관련 디지털 아트였다. NFT로 만들어 지지 않은 디지털 아트 작품은 약 6%를 차지, 전체 컬렉션 중 약 15%가 디지털 아트였다. 2021년 디지털 아트의 비중은 약 10%에 불과했으니 6개월만에 5%넘게 성장한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대만(21%)과 브라질(18%)컬렉터들이 디지털아트에 관심이 많았고, 마찬가지 NFT 아트 점유율도 각각 14%와 12%를 차지했다.

이전만큼 활황은 아니지만, 투기 수요가 빠지고 거품이 걷히면서 이제야 제대로 된 NFT 아트씬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한 메타버스 등 가상세계 확장과 발전이 빨라지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에 대한 기대도 커진 상태다.

크리스티안 루이튼 아반트 아트 창립자는 미래 미술사에 남을 작가는 디지털에 있을 것이라고 봤다. “미래를 예측할 순 없지만 지금 시대는 완전히 디지털이다. NFT는 디지털 작가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매체다. 시장은 망가지고 있지만 작가랑은 크게 상관없다. 오히려 지금이 적기다” 가상자산시장이 주저앉고 있지만 컬렉터들의 눈이 NFT로 가는 이유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