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부실 의혹에 유동성 위기

‘코인계 JP모건’ 30살 CEO 퇴출

엔론사태 청산인이 구조조정 감독

“코인판 리먼 사태 터졌다”…FTX 개미투자자, 돈 몽땅 날릴 수도
[로이터]

[헤럴드경제] 대규모 인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가상화폐거래소 FTX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회사 부채만 최대 66조 원에 달해, 가상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FTX는 이날 트위터 성명에서 “전 세계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해 자산을 현금화하고 질서정연한 검토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자발적인 파산보호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 파산법의 챕터 11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의 청산을 규정한 파산법원 감독 아래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FTX는 법원에 신고한 부채는 100~500억달러(13조2000억∼66조2000억원)이고, 자산도 부채와 같은 규모다. FTX에 대한 채권자는 10만명 이상이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파산 신청 기업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파산보호 신청 대상에는 이번 FTX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인 알라메다 리서치 등 130여개 계열사도 포함됐다. 알라메다로 인해 발생한 FTX의 채무는 100억 달러(13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일 미국 코인데스크가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무제표를 입수, FTX가 자체 발행한 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몸집을 키워왔다며 재무 건전성이 취약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FTX와 알라메다는 모두 뱅크먼-프리드가 창업한 회사다. FTX는 고객들의 코인 거래를 중계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벌고, 알라메다는 위험 자산에 직접 투자한다.

알라메다는 설립 초기에는 미국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해 일본 거래소에서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차익거래로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기법의 하나인 ‘일드 파밍’(Yield Farming·코인 유동성을 공급해주고 그 대가로 코인을 받는 거래) 투자에 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출 영업도 했던 알라메다는 디파이 업체 보이저 캐피털에 코인을 빌려줬다가 큰 손실을 봤다. 보이저 캐피털이 테라·루나 사태의 여파로 지난 7월 파산했기 때문이다.

각종 위험거래로 알라메다의 손실이 커지자 뱅크먼-프리드는 FTX의 고객 돈을 비롯해 FTX가 발행하는 디지털토큰 FTT를 대규모로 지원했다.

코인데스크는 알라메다 재무제표를 입수해 이 회사 자산의 3분의 1이 FTT에 달하고 FTT 담보 대출도 상당량 있다며 FTX와 알라메다의 재무 건전성이 취약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보도 이후 세계 1위 코인거래소 바이낸스가 FTT를 전량 처분하기로 하면서 FTX의 뱅크런(고객이 자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는 현상)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7일 FTX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고객 자산을 국채에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트윗을 올렸다가 나중에 이를 삭제했다. 이에 법무부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FTX의 증권 범죄 및 위법 행위 가능성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던 FTX가 빠르게 종말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코인계의 JP 모건’으로 불리던 30살 코인 갑부 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는 물러났다. 뱅크먼-프리드는 바이낸스의 FTX 인수 철회로 회사의 유동성 위기가 심회하자 94억달러 긴급 자금 조달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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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고경영자. 미국 규제당국은 부실운영 의혹을 받은 FTX의 고객 자금 처리와 관계사와의 거래 등을 놓고 조사에 착수했다.[출처 블룸버그]

그는 FTX 파산 신청 이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가 여기에서 이렇게 끝나게 돼 다시 한번 정말 죄송하다”며 “파산 신청이 필연적으로 회사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파산 절차는 엔론사태 청산인 출신의 구조조정 전문가인 존 J. 레이 3세가 FTX 그룹 CEO를 물려받아 진행한다. 그는 2001년 회계 부정으로 무너진 에너지 기업 엔론의 ‘빚잔치’를 효율적으로 관리 감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이 CEO는 “FTX그룹은 가치 있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직 체계적인 공동 절차를 통해서만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며 “성실하고 철저하고 투명하게 이러한 노력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3위 코인거래소 FTX, 부채 66조원 안고 파산 신청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 여파로 가상화폐 급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설치된 태블릿에 FTX토큰이 표시돼 있다. [연합]

한편, FTX 파산 신청 소식이 전해진 뒤 가상화폐 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미국 서부시간 기준 오후 4시 7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3.41% 하락한 1만7024.2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