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고, 우리나라는 이를 조정하는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차량수리와 관련해서는 정비업계와 보험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 피해자의 치료와 관련해서는 의사협회 및 한의업계와 보험업계의 이해관계를 다루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 분쟁심의회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자동차보험진료수가 분쟁심의회에서 한방 첩약 제도 개선을,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는 시간당 공임 산출 산식(조정률)을 협의하고 있는데, 한방 첩약 제도 개선, 시간당 공임 조정률 산출과 관련한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것은 이 과정에서 자동차보험 계약자의 이해관계는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방 첩약 제도 개선의 경우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수행한 연구 용역인 ‘자동차보험 한의 자동차보험수가 개선 연구’의 결과를 근거로 추진되고 있지만, 두 달 전 연구 용역 최종보고 이후에도 제도 개선 방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제도 개선의 근거가 되기 위해 연구 결과는 자동차보험 환자에게 2주일 분량의 첩약을 제공하는 한의업계의 관행이 치료에 효용성이 있는지를 따져보고 가해자 측면에서 합리적인 손해배상인지를 분석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당 공임 제도 개선의 경우, 첩약 연구 용역과 유사하게 시간당 공임 산출 산식(조정률)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를 기반으로 보험업계와 정비업계의 합의를 유도하려 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시작된 연구 용역 관련 협의는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보험업계와 정비업계의 이해 대립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울어진 운동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 등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정비업계의 ‘경영 위기 타개’를 위해 시간당 공임이 현실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비업계와 한의업계는 해당 업계의 이해관계를 목적으로 제도 개선을 주장하고, 보험회사는 계약자 이해 보호를 고려하면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검토하지만 낮은 사회적 신뢰도,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으로 계약자 이해 보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번에는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는 이러한 현상을 보여준다. 사회적 인식과 계약자 이해 보호라는 두 가지 옵션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보험계약자의 이해는 소외될 수 있다.
보험회사의 최우선 업무는 계약자 보호다. 피해자의 충분한 치료와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가해자가 상대방에게 입힌 손해를 합리적 수준에서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순간의 부주의로 가해자가 배상해야 하는 금액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비합리적 수준이라면 자동차보험과 그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계약자의 신뢰가 지속될 수 없다. 자동차보험진료수가 분쟁심의회, 자동차보험 정비협의회는 참여하는 업계의 이해관계도 중요하지만, 자동차보험에 대한 영향, 자동차보험 계약자에 대한 영향을 우선 고려해서 제도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보험 계약자가 합리적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지, 피해자는 충분한 구제를 받는지, 그리고 가해자는 자신이 입힌 손해를 합리적으로 배상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