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루이튼 ‘아반트 아트’ 창립자

SNS 기반 판화 전문 온라인 갤러리 구축

팔로워만 250만명...90%가 35세 미만

DM 띄우고 세계 곳곳 스튜디오도 방문

조지 콘도~로버트 나바 거장·신진 망라

광범위한 작가 라인업...MZ컬렉터 각광

대중문화 꽃핀 한국 콜렉터들도 개화기

NFT는 디지털 작가들에게 최상의 매체

29세 미술계 흙수저…인스타에 아트 커뮤니티 ‘둥지’ 틀다
1.아반트 아트의 공동창립자 크리스티안 루이튼 ⓒ Avant Arte, August Blom 2.3.토코카즈 마츠야마 4.아야코 로카쿠 5.스티키 몽거, Midnight Ride ⓒ Avant Arte
29세 미술계 흙수저…인스타에 아트 커뮤니티 ‘둥지’ 틀다
토코카즈 마츠야마
29세 미술계 흙수저…인스타에 아트 커뮤니티 ‘둥지’ 틀다
아반트 아트의 강점은 신진작가 발굴에도 있다. 작가도 아반트 아트도 함께 성장한다. MZ컬렉터사이 인기가 큰 로비 드위 안토노가 스투디오에서 작업하는 모습.
29세 미술계 흙수저…인스타에 아트 커뮤니티 ‘둥지’ 틀다
.아야코 로카쿠

제니 홀저, 장 미셸 오토니엘, 엘렌그린 드라그셋 같은 유명작가부터 스스무 카미조, 로버트 나바, 로비 드위 안토노, 하비에르 카예야, 로카쿠 아야코 등 최근 MZ 컬렉터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작가들까지.... 최근엔 조지 콘도와 협업한다고 발표했다. 라인업을 보면 ‘이 갤러리 디렉터가 누구지? 어떻게 이 작가들을 섭외한 것일까?’라는 질문이 절로 따라온다.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판화 전문 온라인 갤러리, 아반트 아트(Avant Arte)다. 2015년 크리스티안 루이튼(Christian Luiten·29)과 커티스 페닝(Curtis Penning·27)가 공동설립했다. 2022년 9월 현재까지 169명의 현대미술작가와 콜라보레이션해 에디션을 발행했고, 250만명의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으며 총 92개국 컬렉터들이 아반트 아트에서 구매한다.

온라인 미술시장은 전체 미술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 아트바젤의 미술시장 연례 보고서 ‘더 아트마켓 2022’에 따르면 2021년 온라인 시장은 133억달러 규모다. 실제 구매는 딜러(온라인 44%, 갤러리 42%)가 가장 많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이나 인스타그램에서도 각각 33%, 31%의 콜렉터가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즉, SNS가 신진작가를 발굴하거나 시장트렌드를 파악하는 등 주요 정보유통처인 셈이다. 25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아반트 아트는 이미 온라인 미술시장에서 주요한 플레이어다.

단시간의 성장률이나 작가 라인업을 보면 합리적 의심이 생긴다. 창립자가 분명 미술계 금수저(인사이더)일 것이라는. 그러나 사실 이들은 미술과 전혀 관련이 없던 사람들이었다. 크리스티안 대표는 “제가 자란 도시 알메러엔 미술관이 하나도 없었어요” 라고 웃으며 말한다. 어떻게 미술계의 노바디(Nobody)가 미술계의 주요 관계자가 된 것일까.

“우리 팔로워의 90%가 35세 미만이다” 크리스티안 대표는 MZ세대의 미술에 대한 관심을 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은 아반트 아트의 주요 유통경로이자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art they like’(그들이 좋아하는 예술)이라는 계정으로 컨템포러리 작가들의 작업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기업으로 성장했다. 크리스티안 대표는 “포스팅을 올리면 그 작가에게도 DM이나 메시지를 보내 우리가 공유했다는 것을 알렸다. 처음 시작할 당시 팔로워가 이미 50만명 정도였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새로운 관객층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반트 아트와 콜라보레이션을 반긴다. 대표적인 예가 제니 홀저다. 작가는 뉴욕시 에이즈 기념관 기금모금을 위해 아반트 아트와 특별 조각을 25개 에디션으로 제작한다. 유리병에 작가의 유명 시리즈인 ‘진부한 문구들(Truism)’을 프린트한 콘돔을 가득 채운 것이다. 제니 홀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80년대와 90년대 뉴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아파했던 에이즈의 실상을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고 메타버스를 고민하는 시대라지만 DM만으로 작가와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지진 않는다. 크리스티안 대표는 “당연히 직접 스투디오를 방문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전에는 전세계 작가들을 만나기위한 여행이 일상적이었다고 한다. 프리즈 서울 기간 한국을 찾았던 것도 작가와 미팅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경매 등 2차시장에서 가격이 수직상승한 작가 우국원과 신진작가 이진한을 관심있게 보고 있었다. 프리즈를 맞아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는 그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한국은 굉장히 흥미로운 시간대에 있다. 미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이밴드를 위시한 K-pop, K-드라마 등 대중문화가 꽃피고 있고 콜렉터들도 이제 개화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29세 미술계 흙수저…인스타에 아트 커뮤니티 ‘둥지’ 틀다

미술계는 굉장히 좁고 관계에 기반한 비즈니스를 한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적용되는 룰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고, 재력이 뒷받침 된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크리스티안 대표는 “아트월드 인사이더가 아니더라도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가 우리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아반트 아트의 에디션은 MZ콜렉터 사이 유명하다. 출시될 작가 작품을 미리 예고하고 정해진 시간에 판매하는 방식인데, 인기가 좋은 작가는 단 몇 분만에 솔드아웃된다.

아반트 아트는 지난 봄 미국 작가 네스그래픽스(NessGraphics)의 NFT를 공개했다. 총 100개 에디션으로 가격은 1이더리움이다. 암호화폐시장이 하락하고 있는 이 시점에 NFT는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50년 뒤면 예술 역사에 남을 작가를 지원하고 싶지 않나? 미래를 예측할 순 없지만 지금 시대는 완전히 디지털이다. NFT는 디지털 작가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매체다. 시장은 망가지고 있지만 작가랑은 크게 상관없다. 오히려 지금이 적기다.”

아반트 아트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 “커뮤니티”라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커뮤니티였다. 예술작품을 아마존 같은 온라인몰에서 사지는 않는다. 예술작품은 관계를 기반으로하는 비즈니스의 영역이다. 온라인은 이같은 관계의 성격을 바꾼다. 페이스북이 그랬듯이.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싶어한다”

어느 20대 사업가의 꿈이 ‘예술의 대중화’라고 했다면 의문을 표시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크리스티안 대표가 보는 디지털기반 커뮤니티의 특성과 가능성에 최근 미술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한 MZ컬렉터들의 열정은 조금 다른 미술판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아트월드를 확장하는 것, 궁극적으로 아트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 이들의 다음 스텝이 궁금해진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