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정부의 정책 입안 과정을 음식 만들기에 비유해보자.

음식을 먹는 손님의 취향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취향에 맞춰 최고의 재료를 준비해 최상의 조미료를 알맞게 가미해야 한다. 손님은 국민이고 최고의 재료는 정책 수단이며 조미료는 예산 지원이다.

요리에서 ‘간 보기’는 필수 과정이다.

(현장에서)기재부의 ‘간 보기’의 종료(?)…국민을 우롱하는 건지

순수 국어인 ‘간’은 ‘음식물에 짠맛을 내는 물질, 음식물의 짠 정도’란 뜻이다. 음식을 만들 때 간을 봐 손님 상에 오르기 전 최고의 맛을 내야 하는 게 요리사가 해야할 마지막 수순이다.

그런데 정부 부처가 정책 입안 과정에서 ‘간 보기’를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민을 대상으로 간 보기를 하지 않고도 충분히 여론을 수렴할 수 있다. 여론조사를 하거나 공청회를 거치면 된다. 외부에 연구 용역을 줘서 정책에 대한 영향 평가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슬쩍 흘려 국민을 떠 본다면 이는 나쁜 의미로 ‘간 보기’다.

최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부터 시작해 기재부 고위 관료까지 하나 같이 국민들을 간보기했다.

고용ㆍ노동 쪽에 상대적으로 비(非)전문가일 수밖에 없는 기재부 관료들이 고용노동부 관료들보다 앞서 ‘과(過)보호 되고 있는 정규직 해고 유연화’ 얘기를 흘려 그 반응을 살폈다. 비정규직 보호 대책을 내놓으라 했더니 슬쩍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말장난이라도 하듯 ‘중규직’이라는 말도 꺼내 놨다.

이러니 어렵사리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가 있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불참은 물론 정부와의 전면전 얘기까지 하고 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2일 “주무 부처도 아닌 기재부가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부터 여러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언론에 슬쩍 떠봤다가 사회적으로 반발이 심하고 분위기가 안 좋다 싶으면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여론의 간을 봤더니 너무 짰나. 기재부는 이번 주부터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 노사 타협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해고보다는 정규직의 ‘임금’이나 ‘근로시간의 경직성을 완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식으로 또 다른 간보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 머리 위에서 날뛰는 기재부 공무원들의 나쁜 버릇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