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신설 명확한 답변 회피
행안부장관 사무범위에도 침묵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행정안전부 경찰국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아쉬움 섞인 평가가 나온다. 시급히 조직을 안정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만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9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개최한 윤 후보자 청문회를 놓고 일선 경찰관들의 평가가 사안별로 엇갈리고 있다. 최대 쟁점이었던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윤 후보자는 경찰국 신설의 위법성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지금 경찰국의 적법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변을 안 드리겠다. 법적 논란에 대한 것은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국 설치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의 일환”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했다.
경찰국이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 인사 지원 업무를 하는 것이나 행안부 장관이 대우조선해양 파업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것이 행안부 장관의 법적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라는 야당의 지적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한 경찰 고위직 인사가 ‘밀실인사’냐는 공세에도 즉답을 피하다, 압박이 계속되자 “선택의 문제”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여야 모두 모호한 답변에 불만을 표했다.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여야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것 같다. 본인 소신껏 답변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이 “경찰국 신설 관련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소신껏 답변해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서울 지역의 한 경찰 간부는 “경찰국과 관련한 답변은 실망스러웠다”며 “청문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지적했듯이 경찰의 수장으로서 대다수 경찰관들의 입장을 대변해 한마디했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하위 직급 경찰관들은 처우 개선에 대한 윤 후보자의 답변에 기대를 걸어보는 분위기다. 윤 후보자는 올 연말부터 복수직급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는 한편, 순경으로 입직한 경찰관이 경위까지 빨리 승진할 수 있도록 계급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안직 수준의 기본급 상향, 경감승진 근속기간 단축 등도 거론했다. 다만, 경찰국과 관련한 내부 불만이 큰 상황에서 하위직 달래기용으로 당장 실현이 어려운 공약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도 있다.
한편 여야는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아직 채택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청문회를 마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경과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청문회를 기한(3일) 내에 마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윤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이달 5일까지 재송부할 것을 국회에 요청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청문보고서 채택과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강승연 기자